전문가들 장세전망 "짧은 호흡조절 뒤 2차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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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에 성큼 다가섰다.

한동안 조정을 거쳤던 증시가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마자 '그린스펀 효과'까지 가세한 덕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경기 회복' 발언에 고무된 외국인들은 25일 장이 열리자마자 거래소.코스닥 시장 가리지 않고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오전까지만 해도 뒷짐을 쥐고 있던 투신.은행 등 기관들도 뒤늦게 매수에 가담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라 추가 상승은 버겁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800선 부근에서 다소 주춤하겠지만 곧 다시 오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 그린스펀 효과=이날 증시 상승의 일등공신은 그린스펀 의장이었다. 그는 24일(현지시간) 미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지난 몇년간 미 경제를 압박하던 요소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경제활동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 경제 회복에 대해 신중론을 펼쳐온 그린스펀의 입장선회는 바로 미국.한국 증시의 동반 급등을 불러왔다. 이는 뭐니뭐니 해도 경기회복이 증시에 가장 큰 호재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골드먼삭스 권준 이사는 "그동안 월가의 전문가들은 미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얼마나 빨리 회복될 것이냐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왔다"며 "그린스펀의 발언으로 투자자들이 회복속도에 자신감을 갖고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수석연구원은 "올들어 내수는 좋아졌지만 수출에 대한 우려감이 국내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미 경기회복에 대한 그린스펀의 발언으로 수출에 대한 불안요인이 상당부분 불식됐다"고 분석했다.

◇ 주가 얼마까지 오를까=SK증권 박용선 투자정보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대세상승장에서 2차 랠리가 시작된 것"이라며 "최근 조정을 한번 겪은 만큼 800선까지 쉬지 않고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전략팀장도 "최근 주식형 펀드에 몰려드는 자금을 바탕으로 기관들이 장을 주도해 나갈 경우 800선까지 내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경기 회복속도와의 괴리감 때문에 시장이 언제든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이사는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라는 악재에 투자자들이 너무 둔감한 것 같다"며 "2월 초에 발표될 1월 수출실적이 예상보다 나쁠 경우 장이 출렁거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홍수석연구원은 "과거 경험을 봐도 800선 초반에서는 좀처럼 저항선을 뚫지 못했다"며 "다음주 발표되는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을 주의깊게 살펴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뭘 사야 하나=전문가들은 "실적장세에 돌입한 만큼 기업 실적이 뚜렷히 증가하고 있는 옐로칩과 최근 상승폭이 작았던 금융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먼삭스 권이사는 "이럴 때는 단기간에 주가가 많이 뛴 종목보다는 그동안 소외됐던 우량 증권주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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