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순창 국도 확장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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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들이 1390억원짜리 대형 도로 공사를 막았다?"

전북 전주~순창 국도 27호선 확장 공사가 한 토끼 사육농장 때문에 당초 목표로 삼았던 올 연말 개통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2일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국도 27호선을 2002년 9월부터 부지 매입비 150여억원과 확.포장비 1240여억원을 들여 왕복 2차로에서 4차로로 넓히는 확장 공사가 전체적으로 마무리 단계다.

그러나 완주군 구이면 백여리를 통과하는 430m 구간은 공사가 2년째 중단되고 있다.

확장 구간 바로 옆에 있는 토끼농장의 주인 박모씨가 착공 직후 법원에 '수용제결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낸 게 발단이 됐다.

박씨는 "공사로 인한 소음과 먼지 때문에 농장에서 키우는 토끼 2만여마리 중 5000여마리가 폐사했다"며 사업 시행자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따라 국토관리청은 지난해 3월 농장 이전비 등의 명목으로 3억5000만원을 박씨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박씨는 다시 "토끼가 잇따라 죽어 농장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폐업 보상비로 20여억원을 추가로 요구, 결국 법정 다툼으로 넘어갔다. 1심에서는 박씨가 패소했으며, 오는 23일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2심 판결 후 공사가 시작되더라도 공사 완공까지는 7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관리청 관계자는 "피해 보상이 적정한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지만, 엄청난 예산을 들인 공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로 이용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사가 끝나면 도로의 폭이 넓어지고 전체 길이도 49㎞에서 34.4㎞로 단축돼 차량 운행시간이 현재보다 20분 이상 줄어든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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