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순매수 다시 입질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기관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주부터 은행.보험권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있고 투신사들도 주식형 수익증권에 유입되고 있는 자금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매수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잠시 발을 빼고 있는 국내 증시에 기관들이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 주식형 펀드에 자금유입=펀드평가 기관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한주(14~19일)동안 주식관련 펀드에는 8천5백28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물론 주식편입 비율이 낮은 안정형으로 돈이 몰리고는 있지만 조정국면에서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속속 유입되는 것은 국내 투자자들이 '선제 공격'에 나서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해 내내 외국인들에게 끌려다녔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김성대 주식운용본부장은 "하루에 1백억~2백억원씩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연초에는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이제 실탄이 마련된 만큼 매수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관들은 프로그램 매물을 내놓은 22일을 제외하곤 최근 4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현대투신운용 성금성 운용본부장은 "1999년말부터 2년여동안 주식형 펀드 자금은 계속 감소세였지만 최근 이같은 추세가 뚜렷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은행과 보험권의 매수세도 눈에 띈다. 기존의 채권 중심 자산운용전략에서 벗어나 기관 중에서 가장 활발한 주식 매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동양투신운용 김자혁 상무는 "지난 연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기준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정리했던 은행들이 연초부터 공격적인 매수에 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격 매수 시점은 700포인트=대다수 전문가들은 기관들의 본격적인 매수시기를 700포인트로 잡고 있다. 좀 더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한투자신탁운용 이기웅 주식운용본부장은 "현재와 같이 700~750선에서 주가가 움직일 경우 관망할 생각"이라며 "다만 700이 무너지면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투신운용 양성호 주식전략팀장도 "현재 주식형 펀드에 들어오고 있는 돈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인 만큼 700이 무너질 때 적극적으로 개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양투신운용 김 상무는 "지난 17일 장중에 698포인트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정은 마무리됐다"며 "개인투자자들은 현 시점에서 자산의 50%를 간접상품에 투자하고 추세가 확인되는 한달 후에 50%를 추가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신상품 개발 활발=투자자들의 주식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투신사들마다 신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은 기존 상품의 주식편입비를 전반적으로 상향조정한데 이어 편입비율 90% 이상의 일반 주식형 상품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대한투신증권도 1천억원규모의 '인베스트 아트 안정형 펀드'를 23일부터 이달말까지 판매한다.

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