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액, 정기예금 이자 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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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올해 상장.등록기업의 배당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은행의 정기예금 이자 총액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업들의 주주 배당은 쑥쑥 늘어나는데 비해 은행의 예금금리는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들의 올 배당총액은 최소한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상장.등록기업의 올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을 기준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배당을 실시한다는 가정 아래 계산한 수치다.

거래소 상장기업 중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331개사의 경우 지난해 수준인 순익의 24.5%를 배당할 경우 배당총액은 9조610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4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코스닥시장의 315개 배당기업들은 같은 방식으로 모두 4627억원을 배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배당금을 받는다 할 때 현 주가 대비 수익률은 3일 현재 거래소 상장기업과 코스닥등록기업이 각각 4.3%, 5.4%에 달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연 3.5~4.0%)와 비교해 여전히 매력적인 수익률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4분기 순이익까지 합산할 경우 증시의 배당총액은 1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며 "외국인 주주들의 배당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평균 배당성향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올 들어 은행들의 정기예금 잔액기준 평균금리는 지난 10월 3.99%를 기록해 처음으로 4%대 이하로 떨어졌다. 올 1월 4.27%에서 금리가 0.28%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따라서 올 1~10월의 정기예금 평균 잔액 276조원을 기준으로 추정한 연간 이자총액 11조4727억원보다 올해 주주배당금이 더 많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180여개 기업이 정기예금 이자보다 높은 시가 배당을 할 것"이라며 "시장 전체로도 배당총액이 정기예금 이자를 앞지르는 원년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올 들어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배당주들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다"면서도 "예상 배당수익률이 5% 이상인 몇몇 우량 기업의 경우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KT.LG석유화학.포스코 등 10개 기업을 배당투자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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