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 화제] 패트릭 뷰캐넌 '서구의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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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극우 보수파 정치인 패트릭 뷰캐넌의 저서 『서구의 죽음(The Death of the West)』이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순위 4위에 랭크되는 등 연초 미국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2050년 미국이 3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해 지난해 말 출간되자마자 논란을 부른 책이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 인기가 높다.

오늘날의 미국은 더이상 '멜팅 팟(용광로)'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과 서방세계가 설 땅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적지 않은 미국 독자들의 공감을 산 듯하다. 한국인으로서는 미국 극우파의 머릿속을 들여다본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인종차별주의나 사회적 다윈이즘의 '오래 묵은 악취'가 책 전체에 배어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뷰캐넌은 이 책에서 유엔의 인구통계를 인용해가며 "유럽과 북미의 출생률 저하, 이민인구 증가, 기독교와 유대교 신앙 쇠퇴, 노령인구 증가 등으로 백인이 건설한 서구문명은 서서히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신 앞으로는 종교.문화.도덕으로 무장한 '계층간 연대'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는 논지를 폈다.

그는 이미 서구화된 일본 역시 백인사회와 비슷한 이유로 국력이 쇠퇴할 것이며, 팔레스타인 인구는 머지 않아 유대 인구의 2배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아시아인과 히스패닉.흑인.아랍인 등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백인의 서구문명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자못 심각하게 경고했다.

또 1960년대 미국 등 서구사회를 풍미했던 이른바 '대항문화'가 이젠 미국의 주류문화가 되었으며, 이 대항문화의 인습타파주의가 미국의 역사와 문화적 유산을 해체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좌파가 꾸준히 세력을 강화 중"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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