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 피플] 제주 불광사 지범 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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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그는 스스로 ‘스타’라고 한다.주변에서 ‘스’님이 ‘타’락했다고 일컫는다며….

제주도 남제주군 남원읍 하례리 어촌에 자리한 조계종 불광사의 주지 지범(知梵·48)스님.

올해로 가수 데뷔 10년이 되는 승려가수.불가(佛家)의 표현대로라면 ‘불음’(佛音)가수다.

13살 때 출가,서옹(西翁)스님 밑에서 불가의 법도를 따랐던 그가 가수의 길로 나선 것은 1992년 3월.

워낙 노래를 좋아했던 그에게 모 방송에 출연,우연히 노래할 기회가 생겼던 것이 계기였다.그 후 그는 ‘근심걱정’이란 타이틀곡으로 음반을 냈다.

70년대 초 군 헌병대 생활 중 느꼈던 고민이 슬슬 풀리는 듯했다고 한다.

교회는 있어도 변변한 법당 하나 없었던 군대인지라 “불경도 전우들과 함께 나누면 좋을 텐데…”라는 게 그의 당시 생각이었다.

하지만 ‘파격’은 반발을 부르기 마련.“경망스럽다”는 꾸지람은 약과였다.아예 선배 스님들은 “다시 속세로 떠나는 게 낫겠다”며 면박을 주었다.

이 참에 그의 노래 ‘해탈의 기쁨’중 한 구절을 들어보자.

“한생각 바로 돌려/얽힌 번뇌 끊고 보니/천상천하 넓은 우주/걸릴 것이 하나 없고/평등한 성품 속엔/너와 내가 따로 없네…/해탈의 참된 기쁨/사바세계 가득하네.”

부처님 뜻을 독경이 아닌 노래로 부른 게 무슨 잘못이냐는 오기가 생겼다.

“노래야말로 모든 이의 장벽을 넘어서는 만인의 언어이기에 ‘노래로 포교하는 전문승려’가 되자”는 결심을 했다.불음보급회 조영근 회장의 손에서 곡으로 다듬어진 그의 노래는 95년 처음 공개적으로 대중을 만났다.제주도문예회관에서 연 첫 콘서트에 1천5백명의 신도가 몰려 그는 자신감을 가졌다.

그 이후 그는 신도들과 더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불가의 선시(禪詩)·경전에서부터 ‘부처님말씀’ 등의 노랫말로 만들었다.

그의 주도로 94년 서귀포에는 ‘연꽃합창단’도 결성됐다.

불광사 신도 1백여명은 그의 ‘팬’이 됐고,전국의 사찰 주변에는 그의 노래테이프가 팔렸다.소외된 이웃을 위한 공연과 노래보급에 쓸 정도의 수익금도 마련했다.

‘부처님마음’이란 타이틀곡으로 올 들어 6집 앨범을 냈다.오는 5월에는 데뷔 10년을 기념하는 두번째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박일남 ·남일해의 뒤를 잇는 저음가수로 봐 달라”는 지범 스님은 “기회가 오면 다른 종교계 가수와 함께 열린음악회를 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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