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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한인민박집 된서리 맞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영국 런던 여행 중 살해.실종된 여대생 사건을 계기로 유럽의 한국인 민박집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두 사람이 묵었던 민박집 주인 金모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런던은 물론 파리와 로마 등 유럽 주요 관광지의 한국인 민박집들은 사건 보도 이후 투숙객들이 일정을 채우지 않고 떠나거나 잇따라 예약을 취소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파리 교외에서 민박업을 하고 있는 교포 崔모(47.여)씨는 "이번달 예약 7건 중 4건이 취소됐으며 매일 2~3통씩 오던 문의전화도 딱 끊겼다"고 말했다. 런던의 민박집 주인 金모(39)씨도 "투숙객 한 명이 호텔로 숙소를 옮기자 나머지 투숙객들도 서둘러 짐을 챙겨 나갔다"며 "지금은 장기투숙객 2명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울상 지었다.

민박집들은 1998년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파리와 런던에만 각각 1백여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루 숙박비가 2만원 미만으로 별 두개짜리 호텔의 절반값에 불과한 데다 한국음식과 각종 여행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객들로부터 인기를 모아왔다.

그러나 불법 체류자들이 운영하는 수준 미달의 민박집이 늘어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방에 여러 명을 같이 투숙시키는 민박집이 있고, 여권과 현금 등의 도난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게다가 일부 민박집 업주들은 투숙객들을 고가 면세품 구입이나 중국인 밀입국에 이용하기도 했다는 게 주불 한국대사관측 설명이다.

주복룡(朱福龍)영사는 "민박집을 이용할 때는 미리 여행사를 통해 주인의 신원이 확실하고 평판이 좋은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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