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중심, 노장 주축 … 한계 드러낸 한국 탁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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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 탁구가 2010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에서 남녀 모두 결승행에 실패했다.

남자 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대회 4강전에서 독일에 1-3으로 졌다. 여자는 전날 열린 8강전에서 일본에 2-3으로 져서 탈락했다. 세계무대에서 ‘중국에 이은 2인자’를 자처했던 한국 탁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만 넘으면 우승”이라던 대표팀은 중국과 상대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수비 탁구의 한계=세계 탁구는 공격적으로 바뀌는 추세인데 한국은 수비전형 에이스에게 기대고 있다. 한국의 남자 랭킹 1위 주세혁(세계랭킹 9위)과 김경아(6위)는 모두 수비전형인데 최근 국제대회에서 활약이 미미하다. 주세혁은 2003년 세계선수권 단식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주춤하다. 유남규 전 남자대표팀 감독은 “끊임없이 자신만의 공격을 개발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발전보다 유지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최영일 삼성생명 감독은 “한국이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수비전형을 키우면서 몇 년간 효과를 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수비전형은 상대에게 파악당할 경우 힘을 쓰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한국의 수비전형 에이스들이 타 팀에 낱낱이 해부됐다는 뜻이다.

이번 대회 여자 8강전에서 한국은 수비전형 박미영(11위)이 마지막 게임을 내주면서 탈락했다. 남자는 무뎌진 공격력 탓에 독일의 에이스 티모 볼(3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세대 교체 실패=한국은 남자팀의 오상은(33)과 주세혁(30)·유승민(28), 여자팀의 김경아(33)·박미영(29)·당예서(29) 등 주전들의 평균 나이가 30대다. 반면 중국은 남자팀의 마룽(22·1위)·장지커(22·6위), 여자팀의 류스원(19·1위)·딩닝(20·5위) 등으로 세대 교체를 완성했다.

한국의 30대 베테랑들은 이미 국제무대에서 파악됐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경기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남자 대표팀의 서현덕(19)·김민석(18)·정영식(18) 등 기대주들은 아직 세계 강호와 대적할 수준이 아니다. 유남규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빨리 선배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여자의 경우 양하은(16·군포흥진고) 외에 기대주조차 보이지 않는다. 김충용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김경아와 박미영도 일본·홍콩을 이기는 데 한계가 왔다. 하지만 그들을 대신할 선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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