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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담배 … 여성을 노리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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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가 여성을 노리고 있다. 담배를 주로 소비했던 남성흡연자가 감소하면서 새로운 소비층으로 여성을 공략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31일인 오늘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여성 흡연’을 주제로 내세워 사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폐암 위험,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아

예뻐진 담뱃갑이 젊은 여성을 유혹하고 있다. 담배회사의 마케팅으로 4000여가지 독성물질을 품은 담배가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게티이미지]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하지만 흡연에 의한 손상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심각하다. 금연운동협의회 김철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부회장은 “담배의 독성물질은 대부분 지용성”이라며 “남성보다 지방이 10% 정도 더 많은 여성은 독성물질이 잘 녹아 몸에 오래 축적된다”고 설명했다.

노폐물을 대사시키는 능력도 남성에 비해 떨어진다. 같은 양의 담배를 피워도 여성은 남성보다 폐의 크기가 작고, 예민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발병할 가능성도 더 크다. COPD는 산소교환장치인 폐포가 망가져 호흡이 어려워지는 질환. 폐 기능이 50% 이상 손상되면 기침·가래·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눈앞에 있는 촛불을 끄기도 어려울 만큼 숨쉬기가 곤란해진다. 한번 나빠진 폐 기능은 회복이 안 된다는 점에서 ‘폐암보다 무서운 질병’으로 불린다.

담배연기는 전신을 망가뜨린다. 발암물질은 소변에 녹아 방광에 잠시 보관되는 순간에도 악영향을 미쳐 방광암을 유발한다. 방광암은 원래 남성에게 많고, 여성은 드물지만 흡연 여성은 예외다. 흡연 여성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보다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과 더불어 구강·후두·식도·신장·간·췌장 등에 암이 생길 위험이 더 높다.

엄마의 흡연 습관, 아이 건강에 치명적

여성 흡연을 경고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임신이다. 임산부의 흡연이 태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흡연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다른 아이에 비해 성장 후 암·행동장애·선천성심장병·청력손실·생식능력과 폐기능 저하 등이 많이 나타난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팀이 2006년 전국 1057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소변검사를 한 결과 3.03%가 상습 흡연자였다. 전 교수는 “산모는 자신의 흡연으로 아기가 잘못될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린다”며 “임신 중 흡연이 저체중아나 미숙아·조산·사산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아기가 잘못됐을 때 무조건 담배를 피운 임신부 탓이라곤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담배연기 속의 독성 화학물질은 난소 기능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가임 기간이 줄어 폐경이 빨라진다는 보고도 있다. 흡연 여성은 비흡연 여성보다 폐경 이후에 겪는 골다공증이나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 더 높다. 이외에도 흡연은 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담배회사의 이미지 조작 깨달아야

담배를 피우면 날씬해지고 멋져 보인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여성이 많다. 담배회사가 담배에 대한 이미지를 다이어트·성공·남녀평등과 연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상은 전혀 다르다.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팀이 미공중의학저널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매일 최소 10개비의 담배를 피운 여학생은 그렇지 않은 여학생보다 어른이 됐을 때 허리둘레가 3.4㎝ 더 두꺼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여성 흡연율은 학력과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높다.

김철환 교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은 몸관리를 잘해 건강하게 오래 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담배 말고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어 건강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재현된다”고 말했다.

담배 피우면 피부 건조·치주질환 유발

담배를 피운다면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써도 피부가 좋아지지 않는다. 피부가 쉽게 노화해 주름이 많아지며 재생 능력도 잃기 때문이다. 김동건 피부과 원장은 “흡연은 혈관을 위축시켜 피부에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는 걸 방해하고 노폐물 배출을 막는다”고 말했다. 피부가 전반적으로 건조해지고, 피부보호막이 손상돼 화장품을 발라도 흡수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

흡연자의 대부분은 치주질환을 앓고 있으며 치아가 누렇게 되다가 새까만 테두리도 만들어진다.

여성금연운동포럼 차혜영(차혜영치과의원장) 부회장은 “치아에 침착한 니코틴이 치아 변색을 가져와 미관상 매우 불결하고 냄새도 많이 난다”고 말했다. 외모와 냄새로 상대방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것. 또 입안에 들어온 발암물질은 구강암을 유발할 뿐 아니라 음식물·치석과 뒤섞여 치주염을 일으킨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잇몸에 상처가 나더라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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