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보국 신화와 천년 고도 경주 탐방 이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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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물의 규모는 중국보다 적지만 깊이는 중국과 다릅니다.”

천년 고도 신라의 문화유적을 둘러본 중국 청년 간부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와 한중우호협회가 주관하는 중국 청년대표단 한국문화탐방 행사 5, 6일차 일정은 포항과 경주에 이어 제주로 이어졌다. 포항에서는 POSCO 제철공장과 역사관을 견학하고, 경주로 이동해 무열왕릉, 안압지, 첨성대를 관람한 뒤, 석굴암과 불국사에서 한국 불교문화의 정수를 살펴봤다. 이어 김해공항을 통해 제주로 날아와 난타를 보면서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퍼포먼스를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우향우 정신에서 한국인의 집념을 읽다”=안동에서의 하루밤을 보내고 활인심방(活人心方) 수련법으로 하루를 시작한 대표단은 수료식에서 자신의 이름과 소속이 적힌 한국국학진흥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장 명의의 제382기 선비문화 체험수련 수료증을 전달받았다. 안동을 뒤로 하고 포항으로 이동한 대표단은 POSCO 현장 라인과 역사관을 둘러봤다. 특히 1968년 대일청구권 자금을 기반으로 ‘제철보국’의 일념으로 시작된 POSCO의 발전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한국인 특유의 ‘하면 된다’는 집념을 몸소 체험했다. 포항 모래사장에 세워 제철소 건설을 진두 지휘하던 롬멜하우스와 설립 초기 실패하면 포항바다에 투신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쳤던 초창기 강철맨들의 ‘우향우 정신’을 안내원이 설명하자 깊은 인상을 받은 표정이 역력했다. 공장 라인 견학과정에서는 공장부지의 1/4을 녹지로 조성해 환경을 배려하는 운영방식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전지구적 문제로 떠오른 환경에 대한 중국 젊은 공무원들의 높은 관심은 다양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대표단은 POSCO의 폐에너지 재활용, 공장 녹화 대한 구체적인 실천 내용을 물으며 중국의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찾았다.


◇석굴암과 불국사는 한국불교 문화의 정수=보문단지 힐튼호텔에서 천년 고도 경주에서의 하루밤을 보낸 150명 지방 간부들은 토함산에 올라 불교문화의 정수라 불리는 석굴함을 살펴봤다. 불전에 공양해 받은 향을 두손으로 흔들며 중국식으로 기원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유교문화 뿐만 아니라 불교문화 역시 한중 양국이 공유한 공통의 문화 코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을 보면서 이들은 한국의 불교 유적은 크기보다 깊이를 추구한 것 같다며 중국과 다른 불교 사적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원더풀 난타’=경주를 뒤로하고 김해공항을 통해 제주로 날아온 청년 대표들은 저녁 식사 뒤에 난타 공연을 관람했다. 한국의 타악기로 이뤄진 사물놀이에서 모티브를 얻어 주방에서 생긴 일이라는 스토리를 입힌 난타 공연을 1시간 30분동안 관람하면서 함께 박수치고 발을 구르고 직접 무대에 올라 공연에 참가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자 대표단은 기립박수로 출연자들에게 환호했다. 연신 ‘원더풀’을 외치면서 전통문화를 현대적 공연문화로 계승 발전시킨 한국의 또다른 면모를 봤다며 즐거워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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