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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천안함 국제 공조 선도적 역할 하겠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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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호 01면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내외(왼쪽에서 둘째, 셋째)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흰색 제복) 등 한국 관계자들과 함께 29일 국립 대전현충원의 46용사 묘역을 방문해 헌화·분향한 뒤 참배하고 있다. 이날 참배에는 일본 마쓰노 관방부장관, 후쿠야마 외무부상 등도 함께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29일 오후 4시30분. 제3차 한·중·일 3국 정상회의 1차 세션이 열린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 회의가 시작되려고 하는데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천안함 46용사를 위한 묵념을 하자”고 제안했다. 예정에 없던 ‘깜짝 제안’이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오전 제주로 향하기 전 대전 현충원에 들러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참배했던 터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동의하면 그렇게 하자”고 했고, 원 총리는 동의했다. 이명박 대통령, 원자바오 총리, 하토야마 총리 3인과 관계자들은 10여 초 동안 천안함 희생 장병들을 위해 머리를 숙였다. 묵념을 마친 뒤 이 대통은 “셰셰” “아리가토”라고 중국어와 일본어로 감사를 표했다.

‘3차 한·중·일 정상회의’서 은근히 중국 압박한 일본

이에 앞서 하토야마 총리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 “일본은 국제공조에 있어 선도적 역할을 하겠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 제주에 도착, 이명박 대통령과 먼저 제주 롯데호텔에서 회담을 하고 “일본은 진심으로 한국을 지지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회담에서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의 대북 송금 제한 ▶공해상 북한 선박 검색법 통과 등 최근 일본이 결정한 자체 대북 제재조치를 이 대통령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천안함 사건에 훌륭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냉정하게 대처한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한 것으로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총리에게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본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한국 정부를 강력히 지지해 주면서 대한민국을 진정한 이웃으로 대해 주었다”고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전날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양자회담, 25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등에서 나온 천안함 사건 관련 논의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 때문에 당초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으로 예정됐던 두 정상의 단독회담은 50여 분으로 늘어났다. 이동관 수석은 “이 대통령은 전체 회담 시간의 절반 이상인 30분 정도를 천안함 사건 설명에 할애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하토야마 총리는 오전 9시30분쯤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들과 현충원에 도착해 현충탑에 헌화·분향했다. 방명록에는 ‘하토야마 일본 총리 대전 현충원 방문’이라고 썼다. 이어 46용사가 안장된 합동묘역을 찾은 총리는 엄숙한 표정으로 별다른 언급 없이 희생장병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정부 외교 소식통은 “하토야마 총리가 46용사 묘역을 참배한 것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한국의 입장을 확고하게 지지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를 시작하기 직전 “오늘 아침 바쁜 가운데 우리 천안함 (순국장병) 46명이 묻힌 그곳을 직접 찾아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28일 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했던 원자바오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면담, 한강둔치 방문 등 일정을 소화한 뒤 3국 정상회의를 위해 제주에 도착했다. 원 총리는 정 총리와의 면담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 “중국은 정의를 주창하는 책임 있는 국가로, 한국 측이 관련국과 공동 조사한 것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또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행위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이 (천안함 사건을) 적정하게 처리할 것을 희망하고, 또 그럴 것으로 믿는다. 한국 측과 소통하며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창영 총리 공보실장이 전했다.

한편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는 28일 북한에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강력 촉구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북한이 6자회담의 모든 의무를 이행하고 이른 시일 안에 NPT에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에 대한 이 같은 요구사항이 NPT 선언문에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dpa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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