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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수요급증…현찰 공급 달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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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에 1주일은 짧지 않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12개국에서 유로화 현금이 통용되기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이런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유로화 수요가 예상보다 많아 소액권을 중심으로 부족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성공의 다른 측면일 뿐이다.

물론 슈퍼마켓 등에서 물건을 사고 유로화로 거스름돈을 받는 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리는 등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으나 예상을 벗어나는 정도는 아니다.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물가인상이 가장 꺼림칙한 대목이다.

◇ 주말을 넘기면서 '합격'판정=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은 7일 "중요한 시험대였던 지난 주말 쇼핑을 유로화가 문제없이 넘겼다"며 "이 성공을 발판으로 유럽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자"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유로 현금이 처음 등장한 지난주 유로화 사용비율이 전체 거래의 50%를 웃돈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유로권 국가들의 거의 모든 현금지급기(CD)는 유로화로 채워져 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프랑스의 경우 2주일이면 유로화 사용 비중이 전체 거래의 85~9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최대 할인점인 프랑스의 카르푸는 유로화 사용비율이 지난 2일 27%였으나 사흘 만에 60%로 상승했으며 이런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라디오 CSA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8%가 유로화 사용을 좋아했으며, 9%만이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서도 유로화 거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홀거 벤젤 독일소매점연합 상무는 "마르크화가 자취를 감추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 일부에선 물건값 뛰어=독일 소비자연맹이 1천개 상품.서비스 가격을 조사한 결과 유로화 전환과정에서 식품 등의 가격이 최고 3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 소비자협회도 "지난 6개월간 택시요금.주차료.레저요금 등이 7%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유로화 도입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는 값이 떨어진 품목도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비에르 두리외 유럽 소매업협회 사무총장도 "단일통화 사용으로 가격 비교가 쉬워지며 전자상거래 가격은 10% 정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 환전격무에 은행노조 파업도=유로화 사용이 예상보다 빨리 확산하면서 화폐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필립 지로 소뵈르 프랑스 은행연합회 국장은 "지금까지 발행한 유로화 동전 및 지폐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은행 노조는 7일 유로화 환전으로 인한 격무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측은 "주요 도시에 있는 은행 지점의 90% 이상이 문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문을 연 로마와 나폴리의 은행들은 환전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으며, 질서유지를 위해 경찰력이 동원되기도 했다.

베를린.파리=유재식.이훈범 특파원, 서울=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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