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김정일 체제와 남북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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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 남북관계의 풍향계가 어디로 향할지 좀체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떤 식으로든지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지난해 11월 6차 장관급 회담 결렬 이후 중단 상태에 빠진 남북 당국대화는 재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남한은 대선과 월드컵,북한은 金위원장 60회 생일과 아리랑 축제 등 내부일정이 빡박하다.

또 미국의 반(反)테러전쟁이 쉽게 매듭 지어지지 않고,북·일관계도 괴선박 사태로 꼬이는 등 국제정세도 녹록치 않다.

이런 측면에서 통일연구원이 올해 정부 대북정책 추진의 참고로 삼기위해 작성한 ‘2001-2002 연례 정세분석 및 전망’보고서를 소개한다.

보고서 전문은 중앙일보 북한네트(http://nk.joins.com)에 실려있다.

2002년 한해 북한 김정일 체제는 어디로 갈까. 통일.북한 문제를 다루는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http://www.kinu.or.kr)의 '2001~2002 연례 정세분석 및 전망' 보고서는 한반도 주변 정세와 북한 내부 사정, 남북관계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북한 체제의 불가측성 때문에 전망 자체가 까다롭지만, 정부가 대북정책의 틀을 짜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이 보고서는 의미가 있다.

통일연구원은 우선 정치부문에서 군대를 중시한다는 이른바 선군(先軍)정치의 구호 아래 북한 체제의 안정은 유지될 것으로 보고있다.

즉 김정일 위원장의 60회 생일(2월 16일)과 사망한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출생 90주(4월 15일), 북한군 창건 70돌(4월 25일)등 상반기에 잡힌 굵직한 행사를 통해 金위원장의 위상 강화 노력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1980년 10월 6차 회의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는 7차 노동당 대회의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당보다 군이 우선시되는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올해도 개최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제분야는 어두운 그림자가 계속 드리울 것이라는 게 통일연구원측의 진단이다.

2001년도는 곡물 생산 증가와 무역.대외 지원의 증가로 99년 이후 3년째 플러스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올해 남북관계와 북한의 대미관계 개선 가능성이 불투명해 살림이 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상반기 중에 몰려 있는 3대 행사와 4월부터 6월까지 10만여명이 동원될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이 경제에 주름살을 깊게 할 것이란 전망이다.

군사부문에선 체제 유지와 경제 건설에서 군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회 전반에 군대를 지지하는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6차 장관급 회담 때 남측의 테러 관련 비상경계 태세를 북한 군부가 문제삼은 데서 볼 수 있듯이 경의선(京義線) 철도.도로 연결과 금강산 육로 관광도 군 핵심 계층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사상교육이 강화되겠지만, 농민시장의 확대나 체제 비판 의식의 확산 등 경험과 정보에 의한 변화 추세는 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평양정권의 올해 기상도는 이같은 속사정에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조치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이 맞물리면서 구체적 윤곽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다 대통령 선거와 월드컵 개최 등 남한 내부 정세도 남북관계에 변수로 작용하면서, 김정일 서울 답방과 2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를 판가름낼 것으로 볼 수 있다.

보고서 실무 책임을 맡은 조민(曺敏)선임연구위원은 7일 "주관적 견해나 기대에 근거해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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