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 종정 영결식 3만여 추모객 운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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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12월 31일 입적한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의 다비식이 6일 오후 경남 합천군 해인사 연화대에서 전국의 불자와 추모객 등 3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되고 있다.

합천=조문규 기자

6일 오후 2시15분 해인사 연화대(蓮花臺). 짤랑대던 요령소리와 함께 가야산에 울려퍼지던 '나무아미타불' 독경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10만여장의 분홍.노란색 꽃잎으로 장식한 높이 2.1m, 직경 3m의 연꽃봉오리의 앞쪽 문이 열렸다. 혜암 종정의 법구(法軀)가 들어가는 순간이다. 꽃봉오리 문 입구는 곧 길이 2m 가량의 참나무로 빽빽이 메워졌다. 이어 20여명의 종단 대표 스님들이 흰색 광목을 두른 작대기를 들고 연화대를 둥글게 에워 쌌다.

"거화(擧火)." 연꽃봉오리에 확 불길이 올랐다. 타닥, 타다닥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흰 연기가 산자락에 가득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입적한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혜암(慧菴)스님의 영결식 및 다비식이 6일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서 전국의 추모객 3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종단장으로 거행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법전(法傳)스님, 총무원장 정대(正大)스님, 중앙종회 의장 지하(智霞)스님을 비롯해 전국의 스님 3천여명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한광옥(韓光玉)민주당 대표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 큰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법전 스님은 추도사에서 "어제와 오늘이 따로 없고, 전생과 내생도 없는 마음을 주인삼아 시간과 공간에 주인이 되라는 말없는 가르침을 되새길 뿐"이라고 애도했다.

정대 스님은 영결사에서 "스님은 뼈를 깎는 고행정진으로 용맹을 잃어가는 수좌계에 귀감이 되고, 간단없는 수행일념의 삶은 우리 불교가 나아갈 큰 길이었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남궁진 문화관광부장관이 대신 읽은 조사에서 "들려주신 지도자의 덕목에 관한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문득 '방생'의 참뜻을 화두로 던져주시면서 인간방생을 실현하라고 하신 말씀은 국정을 운영하는데 커다란 가르침이 되었다"고 추모했다.

영결식은 이날 오전 11시 전국의 조계종 사찰에서 동시에 다섯차례 타종하는 명종의식을 시작으로 삼귀의, 영결법요, 혜암 스님의 행장 소개 및 육성 법문, 추도사와 영결사, 헌화 및 분향, 문도대표 인사 순으로 2시간 동안 거행됐다.

해인사=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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