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성애영화 '잔다라' 11일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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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태국 영화 '잔다라'를 이해하려면 태국 사회에 대한 약간의 정보가 필요하다.

한 가정의 재산권이 여성을 통해 상속되는 모계 사회적 전통이 남아 있던 1930~50년대의 태국이 배경이다. 만약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잔다라'를 보면 충격과 경악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잔다라'는 그만큼 도발적인 작품이다. 일단 근친상간이 거슬린다. 형부와 처제가 몸을 섞고, 심지어 아버지와 딸이 관계한다. 패륜도 이런 패륜이 없다.

또 아들과 계모가 욕정을 나누고, 이복 남매끼리 결혼한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1백% '콩가루 집안'이다.

게다가 동성애 코드가 끼어든다. 외로움에 지친 계모와 딸이 성을 매개로 연결된다. 그렇다고 영화가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뜨거운 논제로 부상한 '성의 다양성과 주체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던져진 무력한 인간이 택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잔다라'는 싸구려 통정극(通情劇)이 아니다. 이 모든 '추악한' 행위가 결국은 재산 상속이란 물욕에서 기인하고, 또 그 속에서 허덕대는 사람들이 사회적 희생양처럼 그려지기 때문.

주요 등장인물들이 숱한 관계 속에서도 성적 불구란 나락으로 떨어지는 장면에선 동정심마저 인다.

영화는 출생의 비밀이란 미스터리 형식에 인간의 가장 본초적인 욕망인 성욕을 녹여낸다.

초반부는 소년의 성적 성장기 비슷하다. 출생시 어머니가 사망한 잔다라(이키라트 사르수크)는 아버지에게 학대받으며 자란다. 그가 어머니를 죽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소년은 아버지의 무절제한 성애 장면을 곁눈질하고, 또래 아이와 여자 친구를 공유하면서 일그러진 성, 즉 오직 욕망만을 채우는 성을 학습한다.

후반부에 들어갈수록 잔다라는 그가 그토록 저주했던 아버지를 닮아간다. 또 그의 출생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되면서 더 큰 비극으로 빠져든다. 운명의 유전이랄까. 잘못 채워진 첫 단추가 마지막 단추까지 엇나가게 하는 것과 흡사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쇠락한 잔다라가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청년에서 소년, 그리고 포대기에 싸인 아기로 변화하는 모습은 제법 상징적이다.

에로틱한 작품답게 영상도 감각적이다. 태국의 후텁지근한 공기 속에서 끈적끈적한 육체가 일렁인다. 태국을 대표하는 흥행 감독인 논지 니미부트르는 누렇고 붉은 색조를 내내 유지하며 성의 다양한 변주곡을 연주한다.

소년 잔다라가 계모(중리티)의 등을 얼음으로 마사지해 주는 장면에선 야릇한 긴장감과 절제미마저 느껴진다.

놀라운 것은 영화가 실제 얘기라는 점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됐으며, 또 칸영화제 마켓에선 15개국에 판매돼 화제를 모았다. 최근 한국이 그렇듯 자국 영화 붐이 일고 있는 태국 영화의 수준을 보여준다.

그래도 태국 영화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고, 다루고 있는 내용 또한 상식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 궁금하다. 에로영화치고는 분위기가 무겁다는 것도 부담일 것 같다.

중간 중간 너무나 영화 같은 인위적 설정도 현실감을 저해한다. 18세 이상 관람 가. 11일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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