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신풍속도] 성(性)벽 허물기·외국어 학원 희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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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性벽 허물기

4일 오전 11시쯤 전주시 완산구 팔복동 S자동차정비학원.

전문대학을 졸업한 박모(23 ·여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씨가 얼굴에 기름이 묻힌채 스패너를 들고 자동차 엔진을 고치고 있었다.꿈이 관광통역원인 그는 대학에서 일어를 전공했으나 취직이 안돼 남자들만의 구역인 자동차 정비를 배우기 시작했다.

박씨는 “평소 자동차 정비가 힘들어 남자들만의 직업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배워보니 여자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2년전만 해도 여자는 볼 수 없었던 이 학원엔 수강생 50여명 중 여자는 박씨 외에도 8명이 더 있다.

취업준비생을 양성하는 학원가에 ‘트랜스 젠더’(性벽 허물기)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I자동차정비학원에는 수강생 40여명 중 여자는 6명이다.군산시 나운동 중장비운전학원에도 여자 수강생이 5명이나 되며 지난해 한 해 동안 20여명이 수료했다.

학원 관계자들은 “지난해 초부터 여자 수강생이 늘기 시작해 지금은 10명이 넘고 문의전화도 잇따른다”고 말했다.

반면 금남(禁男)의 구역인 피부미용 학원엔 남성들이 늘고 있다.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H피부미용 학원의 경우 수강생 60여명 중 남성이 20명 이상이다.

익산시 남중동 Y학원도 10명의 남성들이 피부 맛사지를 배우고 있다.이들 학원 역시 2년전만 해도 남성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김모(25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씨는 “피부 맛사지를 배운 뒤 화장품 회사 외판원으로 취직,전국 최고의 판매사원이 되겠다”며 “남여가 구별되는 직업관은 옛 말”이라고 말했다.

#외국어 학원 희비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T외국어학원은 최근 예년과 같이 중국어반 1개를 개설,수강생 모집에 들어갔다.

그러나 모집결과 정원의 3배인 60여명이 몰리는 바람에 1개반을 더 늘리고 강사를 급히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한류열풍 등 중국과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중국어를 배우려는 시민들은 늘고 일본어 수강생은 줄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 J중국어 어학원은 초급 ·중급반의 수강생을 모집한 결과 당초 예상했던 20명씩 보다 2배가 넘는 45명,50명씩 몰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학원에는 수강생이 10명 안팎이었다.어학원측은 초급 ·중급반을 각각 두 반씩 늘리고 강사를 구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나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K외국어학원의 경우 일본어반 수강생이 지난해 50명에서 20명으로 대폭 줄어 울상이다.

이처럼 일본어 수강생이 줄고 있는 것은 전북도내 대부분의 학원이 마찬가지다.

실제로 전북대 어학원이 개설한 일본어 초·중급반의 경우 수강생이 10명 미만이어서 어쩔수 없이 강좌를 폐강했다.

전북대 어학원 관계자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중국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어 학원에도 여향을 미치고 있다”며 “앞으로 일본어에 대한 인기는 시들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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