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불개입' 선언만으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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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의 문제와,항간에서 말하는 정당 만들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자신의 국정 전념 의지를 다지는 약속이다. 정치권과 결별하고, 국정에 매달리겠다는 민주당 총재직 사퇴에 담긴 뜻을 실천에 옮기겠다는 진전된 다짐이다.

민주당 문제의 불개입은 대선 후보 선출 때 金대통령이 미는 후보가 누구라는 '김심(金心)논란'이 있을 수 없다는 중립 확인이다. 정당 만들기의 불개입은 3金 연합의 신당 창당설 등 정계개편과 관련한 가설.관측과는 장벽을 쌓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가설이 소용없다는 그의 발언은 대선 정국에서 'DJ 변수'를 스스로 소멸시키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발언을 놓고 시큰둥해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DJ가 레임덕에 걸렸기 때문에 민주당 경선에 개입할 영향력이나 신당 창당에 나설 힘도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정권 신뢰가 바닥인 때문인지 발언의 진실을 믿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金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먼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되살려야 한다. 벤처 게이트에 걸린 권력 부패의혹을 속시원히 파헤치지 않고는 대선 중립 등 국정 추진력을 높이기 어렵다.

무엇보다 金대통령의 의지가 국정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전면 개각을 서둘러야 한다. 총재직 사퇴로 인해 개각 수요가 발생한 지 두달 가까이 된다. 경제팀이나 월드컵 주무장관이 바뀌는지, 선거 관리 장관이 남을지에 대해 조속히 정리해줘야 한다. 내각의 새로운 면모가 이른바 탕평(蕩平)인사인지, 전문가로 구성됐는지가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일이다.

정치권과의 거리를 두면서도 월드컵 등 국가적 과제에 대해 초당적인 협조를 과감하게 구하는 국정 운영의 스타일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이제 국정 전념과 대선정국 불개입은 동전의 양면이 돼버렸다. 양쪽의 과제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DJ정권의 성공적 임기 마무리도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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