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안 처리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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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정거래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의결 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인 150석을 채우지 못한 데다 김원기 국회의장까지 여야 합의가 없으면 본회의를 열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151석의 열린우리당은 공정거래법안 처리를 위해 의원 겸직인 이해찬 총리에게까지 소집령을 내렸으나 150석을 채우지 못했다.

◆ "이해찬 총리까지 불렀지만"=이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하루 종일 공정거래법안과 뉴딜 3개 법안인 기금관리기본법.민간투자법.국민연금법안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원탁회의를 열었으나 끝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협상이 무산되자 열린우리당은 공정거래법안이라도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방침을 정했다. 한나라당은 본회의를 반대했다. 문제는 의결 정족수였다. 서둘러 오후 7시40분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참석 의원이 100명도 되지 않았다. 지도부는 상임위별로 의원 소집을 지시했다. 상임위 간사들의 전화기에 불이 났으나 의원들을 모두 모으는 데 역부족이었다. 오후 10시쯤 이해찬 총리에게까지 긴급 연락을 띄워 참석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본을 방문 중이던 김명자 의원은 호출을 받고 급거 귀국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과 이미경 의원 등 4명이 외유 등으로 참석이 불가능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비교섭단체 3당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해 설득전을 벌였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이날 밤 "양당이 개혁이라는 허울 아래 구태 야합을 시도했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도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자민련 김학원 대표에게 본회의 불참을 요청했다.

◆ 성과 없었던 3일간의 원탁회의=양당은 사흘간 뉴딜 3개 법안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려고 머리를 맞댔다. 한때 일괄 타결 가능성 얘기가 흘러나왔다. 또 기금관리법안과 민간투자법안만이라도 이날 처리하자고 했다. 그래서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도 열어뒀다. 하지만 오후 8시쯤 양쪽 모두 "결렬됐다"고 했다. 쟁점이 좁혀지긴 했었다. 기금의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안에선 기금의 주식의결권 제한 문제만 남았다. 회의를 거듭하면서 한나라당은 인사에 관해선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은 5년간 인수합병 등에만 의결권을 사용토록 하자고 했다. 하지만 양측 간 차이는 더 이상 줄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안도 논란이었다. 한나라당은 ▶기업집단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3년 유예하고▶법 시행 3년 뒤 출자총액제를 자동폐기하는 '일몰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결렬 이후 양측은 "더 논의할 것" "원탁회의는 더 이상 없다"는 엇갈린 말을 했다.

신용호.고정애.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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