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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풍경] 명동 '타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3면

에스닉 푸드(ethnic-food.제3세계 음식)의 붐을 타고 인도 음식 전문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 잘못 알려진 '인도 음식=인스턴트 카레'의 개념을 거부한다. 현지에서 공수해온 원재료로 직접 카레(curry)를 만들어내고, 화덕 숯불구이인 탄두리 등 전통 인도 음식을 고집한다. 본토박이 조리사를 초빙한 곳도 많다.

서울 명동성당 건너편 YWCA빌딩 지하에 있는 '타지(The TAJ)'도 그런 인도 음식점이다.

점심시간에만 판매하는 런치 스페셜 '탈리'란 메뉴가 독특하다. 우리나라 '백반'과 흡사해 인도 음식을 한꺼번에 다양하게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다.

작은 그릇에 담은 각종 인도 음식이 둥글고 큰 쟁반에 올려져 1인분씩 따로 나온다. 화덕에 구운 닭고기 탄두리와 납작한 인도식 빵인 난, 그리고 양고기.닭고기.야채 등을 넣어 만든 다섯 가지 카레, 인도식 쌀밥과 콩으로 만든 바삭바삭한 스낵 등이다.

손으로 뜯은 난을 이런저런 카레에 찍어 맛보기도 하고, 쌀밥에 카레를 얹어 '카레라이스'처럼 먹기도 한다. 한입 한입이 모두 새로운 맛이다.

인도 전통 카레라고 해도 전혀 거부감이 없다. 구워 나온 탄두리는 기름이 쫙 빠진데다 숯향이 배어 오히려 정겹다.

'탈리'는 채식주의자의 고향답게 야채만 쓴 종류도 있다. 그러나 채식주의자가 아니면 굳이 고기로 요리한 탈리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

원래 인도 사람들은 맨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다. 손끝에 와닿는 온도를 느끼며 촉감으로 가장 먼저 맛을 음미하는 것이다. 이어 코와 눈으로 냄새를 맡고 색깔을 본 뒤, 마지막으로 입에 넣어 씹으면서 맛을 최종 평가한다고 한다.

식사용 포크와 숟가락 등이 나오지만 이 집에선 식사 전에 손을 씻고 손으로 집어 먹는 식사를 시도해볼 만하다. 식사가 끝나면 레몬조각을 띄운 손 씻을 물(빙거볼)이 따로 나오기 때문.

손을 씻고 나면 인도 전통차 '차이'가 나온다. 차이는 홍차잎을 끓이다가 우유를 넣어 만든 일종의 밀크 티인데 입안에 남아 있는 음식 냄새를 말끔하게 없애준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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