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콘서트 여는 김장훈·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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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左)는 24, 2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김장훈은 같은날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각각 콘서트를 연다. 김성룡 기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라이벌이 된다. 지난해 열린 싸이(27)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올 나잇 스탠드'. 최초의 성인용 콘서트를 표방하며 2주 만에 1만2000석이 매진됐다. 가수 김장훈(37)이 연출을 맡았다. 그러나 올해 싸이와 김장훈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24.25일)에 각각 콘서트를 연다. 두 공연은 모두 티켓파크(1544-1555) 주간 콘서트 예매 순위 5위권에 들어 있다. 협력자에서 경쟁자로 돌변한 두 사람과 함께 고기 한 점, 소주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사이가 틀어진 건 아닌지.

싸이:장훈형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지난해엔 재미있는 콘서트를 만들고 싶어서 미국 유학 중이던 장훈형을 불러 억지로 연출을 부탁했죠.

김장훈:이번엔 제 공연을 준비해야 하니까 돕지 못하는 거예요. 또 아이디어가 뛰어난 싸이에게 직접 연출을 해보라고 권했죠.

-직접 연출을 해보니 어떤가.

싸이:가수들은 보통 정해진 개런티를 미리 받아야 무대에 올라요. 공연을 스케줄의 하나쯤으로 쉽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죠. 우리는 연출에 뛰어들어 적자든 흑자든 흥행에 따라 이윤을 분배하니 공연에 대한 관심이 아무래도 더 깊어요.

김:가수가 여럿 나오는 옴니버스 공연이 제일 걱정스러워요. 음반이든 공연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한 사람에 대해 깊이 느끼도록 하는 게 본질인데 여럿이 시간을 쪼개 쓰니 뭘 보여줄 수 있겠어요. 그런 공연을 기업은 후원하고, 기획사는 돈 받고 티켓을 팔고….

-이벤트.물량 공세라는 비판도 있는데.

김:지난번 공연 때는 2층 객석으로 줄을 타고 올라가 노래를 했어요. 평소에는 무대에서 소외되는 그들을 생각하는 것, 휴머니즘 아닌가요. 관객을 즐겁게 해주려는 건데 저급하게만 보는 시각이 안타까워요.

싸이:노래가 안 되니 이벤트로 때우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렇게 뛰고 구르면서 노래하려면 더 많이 연습해야 해요. 사실, 무대에 투자할수록 금전적으론 손해를 봐요.

-공연에 매달리는 이유는

싸이:TV에서 쏟아져나오는 바람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가수의 위상을 회복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콘서트라고 생각해요. 돈 벌려는 게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미디어에 비친 모습 말고, '싸이 콘서트'라는 또 다른 콘텐트를 만드는 거죠.

김:문화산업 중에서 공연이 제일 처져 있어요. 싸이 같은 가수가 몇 년 더 덤비면 경쟁이 붙어 공연이 다양해지고 질도 높아질 거예요. 그러면 영화나 드라마처럼 수출하는 날도 오겠죠.

싸이:수입 뮤지컬은 예술의전당이나 국립극장에 올라도 대중가수는 서기 힘들잖아요. 문화적 사대주의와 허영심도 심각한 문제죠. 음악 하는 사람에게도 힘을 실어주면 좋겠어요.

-표 경쟁을 하게 생겼는데

김.싸이:관객이 느끼는 건 다르니 상관없어요.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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