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을버스 정류장 대폭 감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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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서대문구 연희2동 홍남교 부근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회사원 朴모(33)씨는 며칠 전 버스에 붙은 공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 지역을 지나는 20,21번 마을버스의 정류장이 내년 1월 1일부터 대폭 줄어 홍남교 부근에서는 서지 않기 때문이다. 朴씨는 "이곳은 50번 시내버스를 타고 신촌에서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거나 마을버스를 타고 홍제역으로 가 지하철 3호선을 타는 2개 노선이 전부"라며 "마을버스 정류장을 없애면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하거나 은평구 쪽으로 가려는 주민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가 내년부터 마을버스 정류장을 대폭 줄이기로 해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시는 지난해 개정된 마을버스 관련 조례에 따라 시내버스와 중복되는 정류소가 4개 이상인 마을버스 노선을 조정, 전체 2백63개 노선 중 1백38개 노선의 정류장을 축소키로 했다. 이에 따라 보통 10~20여곳에 달하던 마을버스 정류장은 평균 네다섯곳으로 줄어든다.

최근 정류소 등에 이같은 내용의 공고문이 내걸리자 각 구청에는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시.구청 홈페이지에도 '서민의 처지를 무시한 졸속 행정'이라고 비난하는 글이 수십건씩 게재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내버스 노선과 과다하게 겹치는 마을버스 노선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지난 1월의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 현행 마을버스 노선을 유지하는 대신 정류장만 중복되지 않게 정비해 빚어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대체할 만한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은 지역의 마을버스에 대해 일률적으로 정류장을 정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더구나 시행을 며칠 앞두고 공고문만 붙이는 서울시의 안일한 자세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구청 관계자도 "마을버스 노선이 단축되거나 정류소가 줄어 중.고교 통학생 등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되는데다 승객 감소로 인해 마을버스 운행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재 모든 버스 정류장과 4개 이상 겹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특정 노선의 정류장에만 적용하거나 학교.시장.병원 등 생활과 밀접한 곳에는 정류장을 예외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교통불편 지역과 시내버스.지하철을 연결한다는 마을버스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이면도로를 활용한 정류장 추가 개설 등 보완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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