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쑥쑥] 대상의 명확한 표현은 과학책의 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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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사진으로 된 책이 좋은가요? 그림으로 된 책이 좋은가요?"

과학책 이야기를 하고 나면 흔히 받는 질문이다. 과학책 일러스트레이션의 경우, 매체나 스타일 자체가 평가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좋은 사진이 있는가 하면 나쁜 사진이 있고, 좋은 그림이 있는가 하면 나쁜 그림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대상을 얼마나 명확하게 잘 표현했는가에 있다.

과학책의 그림에서 대충이란 없다. 글이 설명하는 것 이상으로 지적 호기심을 확대시켜주고 대상을 선명하게 확장시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꼬마 과학자'시리즈(보림)는 그림이 인상적인 과학책 가운데 하나다.『물』『불』『흙』『공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룬 이 책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이야기가 풍부하게 담긴 그림을 통해 재미있게 전달한다.

화가는 물이 기체와 고체,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이가 물이 끓는 주전자를 바라본다거나, 우유를 마신다거나 하는 모습을 그려 표현하고 있다.

글은 꼭 필요한 개념만 말하고 있지만 그림이 아이의 생활경험과 지식을 연결시켜주면서 대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켜준다.

이 시리즈에서는 지구의 내부를 표현한 아주 작은 그림이 나오는데 멘틀이나 마그마, 지표면의 두께를 1~2㎝크기의 그림에서조차 엄밀하게 비례를 맞추어 맞추어 그렸다. 과학책에서는 그림과 그림 사이의 관련이나 상대적인 크기 설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밀화든 약화(略畵)든 과학책의 일러스트레이션은 까다로운 비평의 대상이 되곤 한다. 가령 『나무도감』(보리)을 그린 화가는 참나무의 종류와 잎의 생김새를 따져 묻는 독자를 만나고, 나무 전체의 모습을 그릴 때 숲 속에서 자라는 나무를 선택했는지 홀로 서있는 나무를 선택했는지 질문 받는다.

때문에 화가는 아예 나무 온 그루와 줄기 생김새를 그린 그림에 언제 어디서 보고 그렸는지 적어 놓고 있다.

『개구리가 알을 낳았어』(다섯수레)에서 글은 '개구리가 논물 속에 알을 낳았어'하고 간략하게 말하지만 화가는 알을 낳는 시기 논의 상태나 올챙이가 활동할 때 논 물 속에 자라는 식물과 수서곤충들, 개구리로 성장했을 때 연못에서 볼 수 있는 풍경까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적은 양의 글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을 보충해서 설명해주고 '느낌'까지 전달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그림이 주가 되는 과학그림책에서는 그림만 보고도 내용을 알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거나,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며 그림책이 갖는 매력에 빠져들 수 있어야 좋다."다음엔 뭐지□ 어떤 장면이 나올까?"하면서 말이다.

과학책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현대의 어린이는 영상매체에 익숙한 세대이고, 문자에 의해서보다 그림에 의해 비교적 더 많은 정보를 구체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성실 <어린이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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