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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도 주민도 “당만 보고 표 주진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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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6.2지방선거 전남에서 신안군 하의도의 위상은 특별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생가와 DJ가 어릴 적 수학했던 덕봉강당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때문에 야당인 민주당은 이곳을 거의 성지처럼 여긴다. 한데 이번 선거 민심은 ‘민주당’이 아닌 ‘사람’이다. 현재 이곳엔 2024명의 주민이 있고 6·2 지방선거 유권자 수는 1816명이다.

25일 낮 12시30분쯤 하의농협 앞. 신안군수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강성종(62) 후보의 유세를 앞두고 주민 60여 명이 화단 주변에 앉아 있었다.

“누가 잘났는지 보러 왔제. 인자는 사람 보고 찍을 것잉마.”

“김대중 선생님이 살았던 곳인디, 당 색깔이 중하지 않겄서.”

담배를 피우며 유세를 기다리던 주민들 사이에 선거 관련 이야기가 오갔다.

25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농협 앞 화단 주변에 모인 마을 주민 60여 명이 신안군수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강성종 후보의 유세를 듣고 있다(사진 위). 25일 흑산도 선착장에서 주민과 선거운동원들이 군수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우량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이해석 기자]

주민 김모(61)씨는 “과거엔 무조건 정당을 보고 찍었지만, 이제는 (섬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연설과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본 뒤 인물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박모(50)씨는 “예전 같은 특정 정당 지지 ‘묻지마 투표’ 대신 인물 위주의 투표가 될 것이란 이야기가 많다”고 민심을 전했다. 물론 아직도 민주당 정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최모(66)씨는 “민주당 정서가 아직도 강하다. 당 색깔이 아무래도 신경 쓰인다”고 했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쯤 신의도 유세 때는 주민 100여 명이 모였다.

신모(65)씨는 “초반엔 무소속 후보가 우세했지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모(51)씨는 “아직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파는 사람이 있는데, 이제는 바뀌어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속해 있거나 지원하는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던 과거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민주당 강성종 후보는 이날 신의도·하의도·장산도를 도는 데 꼬박 하루를 썼다. 그는 이번 선거를 위해 90t급 배 한 척을 빌렸다. 기존 여객선 시간에 맞춰 선거운동을 다닐 수 없는 데다 섬 도착 후 이동·홍보에 쓸 차량을 싣기 위해서다.

강 후보는 “배 시간 기다리는 게 유권자 만나는 시간보다 길 때도 있다”며 “주민이 참여하는 군정과 공무원 인사 시스템 개선을 통해 공직 사회를 개혁하고, 수혜자 편의의 복지정책을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우량(54) 현 신안군수는 이날 오전 7시50분 목포항에서 쾌속 여객선을 1시간50분 동안 타고 흑산도에 들어갔다. 여객선이 도초도에 기항할 때는 출입구에 서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할게요” “부탁합니다”고 말했다.

여객선이 먼 바다를 항해하는 50분 동안은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일부 승객은 멀미를 못 이겨 구토했다. 박 후보도 멀미 고생을 피할 수 없었다. 박 후보는 “파도가 심할 줄 알았지만 가야 할 섬은 많고 투표일은 가까워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9시50분쯤 흑산도에 도착한 뒤 그는 ‘숫자’ 유세를 했다. 그는 할머니들에게는 “8번을 찍어 주세요. 팔자가 펴게 해 드릴 테니”라며 웃었다.

섬 유세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는 “농촌에서는 논밭으로라도 달려갈 수 있지만, 바다로 일하러 나간 사람들을 찾아갈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가 이날 오후 4시20분 목포행 여객선을 탈 때까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아 본 사람은 100명이 채 안 됐다.

신안군은 1004개 섬으로 이뤄졌으며, 이 중 유인도는 72곳이다. 박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에 25곳을 방문한다는 계획을 짜 놓고 있다. 이도 날씨가 도와줘야 한다. 또 다른 무소속 후보인 박세준(43) 전 대한염업조합 이사장은 이날 압해도·지도·증도·임자도를 찾아 선거운동을 했다.

흑산도 글, 사진=이해석 기자, 하의도=유지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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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前] 대한민국 대통령(제15대)   *사망

1924년

[現] 전라남도신안군 군수
[現] 무소속 전남신안군수후보(6.2지방선거)

1955년

[現] 무소속 전남신안군수후보(6.2지방선거)

1966년

[現] 민주당 전남신안군수후보(6.2지방선거)
[前] 전라남도의회 의원(민주당, 신안군2)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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