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사람들] 전남드래곤즈 이회택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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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 이회택(55) 감독의 골프 실력은 쟁쟁한 스포츠계 인사 중에서도 수준급으로 통한다.

베스트 스코어는 3년 전 기록한 73타. 골프를 시작한 지 석달 만에 80대 중반 스코어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스포츠계 인사들끼리 대결한 스킨스 게임에서는 야구의 백인천(전 삼성 감독).농구의 김동광(삼성 썬더스 감독) 등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그러나 수준급 실력에 오르기까지는 피땀어린 노력이 뒷받침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60,70년대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이감독은 93년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포항제철 감독에서 물러나 야인 생활을 하던 시절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골프를 시작한 이씨는 이내 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지고는 못 배길 정도로 승부욕이 강한 이씨는 골프를 시작한 뒤 3개월 동안은 오전 6시부터 연습장에 나가 식사하는 시간을 빼놓고는 오후 9시까지 연습에 매달렸다.

"해서는 안될 운동을 한 게 아닐까 고민한 적도 많았어요.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지 않고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요."

지인들과 만날 약속을 모두 미루고 매일 아침 골프백을 메고 골프장으로 달려 나갔다. 하루에 36홀 라운드를 한 것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1년 3백65일 동안 무려 3백66라운드를 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월 1일만 빼고 매일 필드에 나갔다고 한다. 1년 내내 하루에 한 차례 이상 라운드를 했다는 계산이다.

"처음부터 골프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지요. 오히려 싫어했다는 편이 맞을 겁니다. 막대기를 들고 움직이지도 않는 공을 때린다는 게 영 마뜩찮았지요. 그런데 이게 막상 시작해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미가 있더라고요."

요즘엔 다시 프로팀 감독을 맡아 예전처럼 자주 라운드를 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한 달에 한 두 차례는 골프를 즐긴다.

"경기에 진 다음날이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가급적 라운드를 피하지요.그런 날은 꼭 샷이 잘 안되거든요."

이감독은 "축구와 골프의 공통점은 많지 않지만 훈련을 게을리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똑같다"고 강조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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