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30년 친구 홍상문·양승봉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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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같은 처지의 장애인을 돕는 환상의 2인조가 되겠습니다."

30년 지기인 홍상문(50.협성대 미술학과 강사)씨와 양승봉(50.식당운영)씨.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목발을 짚어야 하는 洪씨와, 같은 병으로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楊씨가 장애인을 돕기 위해 뭉쳤다. 장애인을 위한 무료 이동 지원봉사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다리가 불편한 洪씨가 운전대를 잡으면 귀가 어두운 楊씨는 휠체어를 밀어준다. 洪씨는 운전을 하면서 탑승한 장애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어려운 점도 상담해 준다. 두명이 힘을 합치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완벽히 보완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들이 장애인 이동봉사 지원단체인 '한벗 장애인 이동봉사회'에 가입한 것은 지난 9월. TV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평소 자신이 느꼈던 불편함을 떠올리게 됐다. 洪씨가 친구인 楊씨에게 "우리가 앞장서서 어려운 처지의 장애인들을 도와주자"고 제안, '봉사 2인조'가 탄생했다.

洪씨와 楊씨가 인연을 맺은 것은 1973년. 당시 홍익대에 재학 중이던 洪씨는 楊씨의 동생에게 개인교습을 해주고 있었다. 서로 신체적 장애가 있는 처지라 금세 친해졌다. 서로 어려운 점을 터놓고 지내면서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지내 왔다.

洪씨는 "장애인으로서 가장 불편했던 점이 바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차가 없을 때 지하철과 버스에 탑승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택시는 목발을 짚고 있다고 거의 태워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사람들의 눈길이 신경쓰여 밖에 나가는 것을 꺼렸던 적도 많았다"며 "다른 장애인이 느끼는 이같은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 봉사에 참가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두차례 장애인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곧장 달려나간다.

"몸이 불편해도 서로 힘을 합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으니 우리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죠."

홍주연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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