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1% 떨어지면 주가 1%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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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엔화가치가 3년 만의 최저치인 달러당 1백30엔을 넘으면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대신증권이 1992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엔.달러 환율과 국내주가지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1% 하락할 경우 종합주가지수는 0.96%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통신업 지수하락률이 2.09%로 가장 높았고 전기전자 1.24%, 증권 1.2%, 화학업종 0.95%,운수장비 0.87%, 철강 및 금속이 0.78%로 나타났다.

일본과 수출 경쟁이 치열한 업종들의 주가 하락폭이 컸지만 은행(0.81%)이나 서비스(0.82%) 등 내수업종들의 주가도 덩달아 빠졌다. 엔화가 약세를 보일때 주가가 오른 업종은 하나도 없었다.

대신증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세계경제가 안 좋은 상태에서 엔 약세가 겹쳤다"며 "과거 경험상 엔 약세는 2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증시에 영향을 미친 만큼 내년 '1월 효과'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말부터 외국인 주식 순매수와 경기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해온 국내증시는 엔 약세로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일단 외국인들은 환차손을 우려해 직.간접 투자자금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아르헨티나 금융위기로 그동안 국제 투자자금이 몰리는 반사이익을 누려왔으나 환율이 불안해질 경우 외국인 순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현대증권은 "엔화가치가 10% 하락할 경우 우리나라 실질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도 10억달러 악화된다"고 밝혔다.

외국인의 이탈은 물론 내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희석시켜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엔화 약세가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원화 약세로 수출이 개선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압도하고 있다.

엔 약세는 국내 자금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원화가치의 동반약세로 금리가 오르고 물가가 상승할 경우 시중 자금이 은행예금과 증시에서 이탈해 부동산으로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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