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전면도입] 파급 효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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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단일통화 유로에 대해 외국의 반응은 일단 지켜보자는 것이다. 획기적인 실험인 만큼 혼란과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외국 반응은 유보적=미국 등은 유로 직접 사용에 대해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돈은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흐르게 마련"이라며 "유로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미국의 생산성이 유럽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유로가 달러의 경쟁상대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 유로를 도입하지 않은 영국도 미국과 비슷한 분위기다. 어떤 시행착오가 생기는지 지켜본 뒤에 유로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1999년 초 외국 투자자들이 유로 채권과 주식에 투자했다가 통화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많이 봤다"며 "유로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유로의 효과와 부작용=우선 유로화를 쓰는 12개 나라끼리는 환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 여행이나 쇼핑을 하기가 편해진다. 기업들도 환율변동으로 인한 위험이나 환전수수료 부담없이 무역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격비교가 쉬워지는 이점이 있다.

지금은 같은 물건이라도 나라별로 가격이 다르지만 서서히 그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스럽게 시장이 하나로 통합돼 12개국이 경제적으로는 한 나라나 다름없게 된다는 얘기다.

언젠가는 유로를 쓰는 나라끼리 정치적인 통합도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은 돈'의 부작용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경제 규모가 큰 스페인 등에서는 떳떳치 못한 돈을 써버리려는 수요가 늘어나 요즘 고급품 소비가 증가하고 땅값이 오르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더 심각한 것은 시장통합으로 경쟁이 심해져 나라별.지역별 경제력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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