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엑소더스' 막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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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르헨티나 폭동 사태 이후 처음으로 아르헨티나 출신 유대인 65명이 25일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경제가 결딴난 아르헨티나를 떠나 이스라엘로 가는 아르헨티나 거주 유대인들의 '엑소더스(탈출)'가 막이 오른 것이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한 직후인 24일 "아르헨티나 경제위기가 유대인 사회의 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아르헨티나 거주 유대인의 이스라엘 이민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과의 유혈분쟁이 격화하면서 이민자 수가 급감해 유대인 이주정책에 빨간불이 켜진 이스라엘은 이번 아르헨티나 경제위기를 이민자를 확보하는 호기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이스라엘은 올 한해 동안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난 1천5백여명의 아르헨티나 출신 이민자를 받았다. 이스라엘 이민부의 이란 아르키테크터 국장은 향후 5년간 아르헨티나 출신 유대인 2만여명이 이주해올 것으로 예상했다.

아르헨티나 거주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러시는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 탓이 크지만 이스라엘 정부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스라엘은 이미 수년 전부터 중남미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유대인 인구(20만명)를 가진 아르헨티나에 눈독을 들이고 이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생활고에다 자녀들의 교육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스라엘 정부의 생계보장 약속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이슬람 과격단체의 자살폭탄 테러 위험도 아파트와 최저생계비 보장, 안정된 직업 제공을 찾아 떠나려는 이들의 발목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이전 이주자의 90%,2001년 이주자의 67%가 이스라엘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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