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의 소리] 이익단체 눈치보는 외국인연수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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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정부는 연수취업제를 현행 '연수2년+취업1년'에서'연수1년+취업2년'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그동안 3D 업종의 인력난 해소를 목적으로 운용해 오던 외국인산업연수생 제도를 산업구조 고도화 촉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와 재외동포 활용 지원수단으로 적극 활용토록 하는 개선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연수생 관리운영체계의 책임 권한을 명확히 하고 관리기관 및 송출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연수생 관리 효율성을 높이려고 하며 그동안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연수생 이탈자 및 불법체류자 방지대책도 확립해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시행,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의 정상적인 운영을 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안은 여전히 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피해가고 있다. 지금 연수제도는 국제사회로부터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는 기술연수라는 연수제도의 본래 목적은 온데간데 없고,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편법적인 제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내 인력부족 현상을 막기 위해 도입하는 외국인력에 대해 한국인과 능력에 따른 차이가 아닌, 국적과 피부색에 의해 차별적인 임금과 노동조건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접근이므로 연수제도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연수생과 관련한 송출비리.저임금.인권침해 등 이탈의 직접적인 원인을 해소하지 않고 기간만 조절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송출비리 근절대책으로 송출기관의 연수생 선발권한을 제한하고, 그 권한을 정부기관이 아닌 이익단체(중기협.건설협.수협)에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단체들의 생리상 송출비리를 근절하기는 어렵다. 또 다른 이탈원인인 저임금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또한 국가별.송출기관별 쿼터 할당시 이탈률을 반영하는 것은 송출기관과 관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를 부추기는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이탈을 막기 위해 송출기관에서는 과다한 송출비용에 더하여 담보를 설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관리업체에서는 연수생을 가족별로 도입해 연좌제로 묶어 서로 감시하도록 하거나 외출을 통제하고, 임금을 차압하는 등 비인간적인 인권침해 행위를 일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5만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편법 연수생 8만여명, 불법체류인 미등록 노동자가 25만여명이다.절대다수인 70%의 불법체류 미등록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영세 기업주들은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마음 놓고 이주 노동자의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수제도로 이익을 누리고 있는 소수 이익단체들의 로비에 의해 연수제도를 지속시키는 한 그동안 심각하게 발생했던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이주 노동자의 이탈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외국인을 데려다 노예처럼 부린다는 비난을 면하려면, 연수제도를 폐지하고 국가기관이 도입과 관리를 책임지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해 외국인력을 정당하게 도입하고 사용해야 할 것이다.

최의팔( 崔毅八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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