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남로에 설치된 조각작품들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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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광주 동구청이 추진하고 있는 금남로 조각공원 조성사업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금남로를 민주화운동과는 별 관련이 없는 작품들로 채우면 이 곳의 역사적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주장이다.보행에 지장을 준다며 반발하는 측도 있다.

동구청은 ‘이 일대가 광주문화특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최근 사업비 4억원을 들여 전남도청앞 광장 ∼ 금남로 3가에 지역출신 원로 ·중견 조각가 작품 20점을 설치했다.

‘두얼굴’ ‘공간속의 여인’ ‘평화로운 노래소리’등 이들 작품은 2 ∼ 3m 크기의 청동 또는 석재 조각물로,구청측은 1점당 제작비 1천5백만 ∼ 2천만원을 지원했다.

또 동구청은 2004년까지 연차적으로 서울은행 광주지점 ∼ 삼성생명 호남본부 ∼ 유동 사거리에 이르는 금남로 전 구간에 조각품을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광주경실련 ·참여자치21 ·광주전남문화연대 ·함께하는 광주시민행동 등 지역 시민단체는 “현재 설치된 작품의 상당수가 일반 미술전시회에나 설치되는 평범한 주제를 담고 있다”며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인 금남로에 어울리는 역사적 의미를 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내년초부터 시민공청회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금남로 공원화 문제에 적극 개입키로 했다.

또한 일부 교수들도 “도시미관을 해치는 불법 시설물을 먼저 철거한 뒤 작품을 설치해야 한다”거나 “보도 폭과 주변 공간이 좁은 금남로에 조각을 설치하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구청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작가들을 선정하는 등 공정한 절차와 여론 수렴을 거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구두훈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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