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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차라리 '중·조·동 규제법'이라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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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열린우리당이 신문법상 규제의 핵심 조항인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하는 신문시장 점유율을 종합일간지의 유료 부수 비율로 못박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이 난을 통해 신문을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범주에 넣어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언론시장의 규제는 다른 측면으로는 독자의 신문 선택권을 간접적으로 제한하자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좋은 신문을 만들어 부수가 늘어나는 것을 정부가 법으로 막겠다고 하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법이 어디 또 있겠는가.

여당은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규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 현실을 보라. 건전여론을 해치는 것이 소위 조.중.동인가. 이 시절 조.중.동이 존재하지 않았을 경우 이 나라의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참으로 위기상황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백번 양보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한다 하자. 공정거래법에는 독과점 업자를 3사 시장지배율이 75%를 넘을 경우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신문법에서는 60%인가. 바로 조.중.동의 부수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 계산에서 그 대상을 중앙의 종합일간지로 국한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화관광부는 모든 일간지(경제지.지방지.스포츠지)를 포함해 점유율을 정해야 한다고 유권해석했었다. 이렇게 될 경우 조.중.동의 점유율은 44%다. 그러니 여당은 어떻게 해서든 조.중.동을 합쳐 점유율 60%를 넘게 만들고자 억지를 부린 것이다. 결국 조.중.동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3사의 경영활동을 정부 감시하에 두겠다는 발상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법 이름을 '조.중.동 규제법'이라고 붙여라.

세계의 미디어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미디어 산업은 기존 매체와 뉴미디어의 융합으로, 국경을 초월해 거대 미디어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변화에 국내 언론사들도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도 부족한 마당에 시대를 거슬러 신문을 규제하겠다니 우리 미래는 암담하다. 신문법안의 독소 조항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