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수능 부정 사태를 보면서 허탈감을 느낀다. 하긴 캠퍼스의 술자리에서 커닝 무용담이 단골 화제가 되는 실정을 감안하면 수능이 커닝의 무풍지대라 여기는 게 오히려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비단 시험만일까. 우리는 그 동안 수많은 가요가 표절 시비에 오르는 걸 지켜봐왔다. 그렇게 도마에 오른 곡을 원곡과 비교해보고 망연자실했던 게 어디 한두번이었나.
자우림의 '하하하쏭'을 들었을 때는 수능 부정 소식을 접했을 때만큼이나 허탈해졌다. 이 노래가 김상희의 '즐거운 아리랑'과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이다. 몰아치는 바이올린으로 시작하는 인트로, 도입부와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김윤아의 허밍은 '어쩌다가 그랬겠지'라고 가벼이 넘어갈 수 없을 만큼 흡사하다. 포털 사이트의 답글이나 음악애호가들이 모인 게시판에서도 '하하하쏭'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물론 '하하하쏭'을 고의적 표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작곡자인 김윤아가 무의식중에 이런 멜로디를 흥얼거렸을 수도 있고 레코딩이 끝날 때까지 주변의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미필적 고의'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고의적으로 사고를 내지 않았더라도 법적으로는 유죄로 판정 받는 게 사회다.
자우림은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다. 그런 그들이 표절이든 아니든 기존 곡과 지나치게 흡사한 노래로 성공가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가요계의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1979년에 가요.음반전문심의회라는 기관에서 결정한 규정은 다른 노래와 몇 마디 이상 유사할 경우 표절로 간주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2마디 혹은 4마디마다 다른 음이나 코드를 집어넣는다면 법적으로는 표절이 아닌 셈이다.
79년에 정해진 규정이니 시대착오적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제도나 법률만으로 표절을 타파할 수 있을까. 글쎄다. 그보다는 창작자의 양심을 바로세우는 게 우선일 것이다.
스스로 아티스트로서의 자부심과 양심을 갖고 있다면, 눈앞에 어른거리는 표절의 유혹 따위는 아무런 제재가 없어도 냉큼 뿌리칠 수 있으리라. 김윤아가 그런 아티스트이길 진정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