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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해 홀가분… 죄값 달게받겠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좀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에…."

"많은 돈을 준다는 소리에 그만…."

1일 올해 수능에서 대리시험을 봤다며 인천지방경찰청에 자수한 대리시험 의뢰자 반모(22.여)씨와 대리응시생 이모(20.여)씨는 경찰조사를 받는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들의 첫 만남은 지난 4월 초 인터넷 수능관련 카페에서 이뤄졌다.당시 반씨는 다니던 서울 H대에 휴학계를 내고 수능을 준비하고 있었고,이씨는 서울 명문

사립대 2년생이었다.

반씨는 수능 준비생인 탓에 자주 이 카페에 들렀으며,이씨는 우연챦게 카페에 들러 반씨를 만나 자주 채팅하게 됐다.이씨 처럼 명문대에 다니고 싶었던 반씨는 이씨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급기야 돈을 줄테니 수능시험을 대신 치러달라는 부탁을 하게 됐다.

이씨는 간곡한 부탁과 돈을 준다는 말에 솔깃해 반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이씨는 경찰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비를 마련한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반씨를 만났다"고 말했다.

며칠 뒤 이들은 서울시내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 대리시험을 공모하기 시작했다.이후 5월말 과 6월 초,수능 며칠전 등 모두 서너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들은 반씨 수험표에 이씨의 사진을 붙이는 방법으로 원서를 접수한 뒤 대리시험을 치른다는 계획을 세웠다.이씨는 시험 감독관이 수험표와 신분증 대조를 제대로 하지 않한 탓에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반씨는 또 이씨가 자신을 대신해 수능시험을 보면 수능 다음날 200만원을 주고 수능점수 발표(12월14일)뒤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는 정도의 점수가 나오면 성과급을 따로 주기로 했다.성과급은 대략 점수에 따라 100~300만원대 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씨는 이씨에게 건네준 200만원은 자신이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마련했으며 부모님과는 무관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한 수사관은 "이들은 그동안 심적 부담감이 컸는 지 자수해 마음이 홀가분하다는 말을 자주했으며 죄값을 달게 받겠다며 눈물로 용서를 구했다"고 말햇다.

인천=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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