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제도는 국가의 횡포 보석 늘리고 집유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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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죄를 지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구속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구속요건은 국가권력의 횡포이자 인간 존엄에 대한 도전이다."

현직 판사가 구속 남발과 낮은 형량 등 형사재판 관행을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지법 윤남근(尹南根)판사는 19일 열린 형사실무연구회에서 '불구속재판의 실천적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영장실질심사가 정착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을 형벌로 보는 경향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尹판사는 이어 "구속을 형벌 수단으로 이용하면 재판을 하기 전에 형이 집행되는 논리적 모순에 빠지고 결국 형사소송법의 근간인 무죄추정 원칙.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가 유명무실해진다"고 비판했다.

尹판사는 또 "구속 피고인 대다수가 낮은 형을 받는 데는 현행 구속제도가 한가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尹판사는 "보석보증금을 내고 석방될 수 있는 피고인에게는 반드시, 그리고 빨리 보석을 허가해 불구속 재판을 해야 한다"면서도 "집행유예를 남발하면 불구속 재판 자체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국가형벌권이 약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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