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확전 구상 해외선 시큰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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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고 있는 대(對)테러 전쟁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구상은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과 '국민과 언론을 위한 Pew 조사센터'가 최근 24개국의 정치인과 학자.경제인.언론인 등 여론지도자 2백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응답자의 50%가 확전을 지지한 데 비해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29%만이 확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IHT가 20일 보도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대다수 응답자들은 "미국의 대테러 전쟁은 당연하다"고 답한 데 반해 ▶이슬람권의 91%▶아시아 84%가 "미국이 테러에 과잉대응하고 있다"고 밝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개시 이후 줄곧 제기되고 있는 미국의 확전구상에 강한 반발심을 나타냈다.

이번 전쟁이 서방세계와 이슬람권의 대립구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는 ▶미국이 28%▶서유럽 20%▶아시아 12%▶이슬람 29%로 대체로 낮았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전쟁을 통해 연대한 국가들의 이익을 돌보고 있는가"라는 항목에는 미국 응답자의 70%가 '그렇다'고 답한 데 반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응답자의 62%는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유럽과 아시아.남미.이슬람국가 응답자들의 대부분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필요 이상으로 호의적인 정책들을 펴왔으며, 이같은 미국의 불평등한 외교정책이 전세계의 '미국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슬람지역 여론지도자의 80% 이상이 "이슬람권의 반미감정은 미국의 지나친 이스라엘 편들기 때문이며, 9.11테러 역시 미국의 이같은 외교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IHT는 조사 결과에 대해 "이번 전쟁의 동기와 전망에 대해 미국과 기타 국제 지도자들의 현격한 견해차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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