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조훈현-마샤오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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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馬9단 초반부터 실리로 일관

제1보 (1~31)=조훈현9단은 1994년 세계대회 2관왕이고 중국의 마샤오춘9단은 95년 세계대회 2관왕이다.

다같이 이창호9단이란 청년에게 시달림을 받아온 것도 같다.

그러나 40대 후반의 曺9단이 더욱 강렬한 투혼으로 자신의 위치를 지켜왔다면 30대의 馬9단은 출렁이는 배처럼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왔다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 대국 전까지의 馬9단은 曺9단에게 7승6패로 앞서 있다. 마샤오춘이란 인물이 만만치 않은 존재라는 사실이 여기서 금방 드러난다.

曺9단이 천재인 것처럼 馬9단도 천재다. 괴팍한 언행으로 중국 매스컴의 공격을 받은 적도 있지만 그의 감각이 독특하고 날카롭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한다.

11월 6일 오전 10시. 삼성화재 유성연수원 특설대국장.

8강전에서 馬9단이 유창혁9단을 꺾고 올라오자 曺9단도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돌을 가려 馬9단의 흑번. 1,3,5로 연속 소목에 둔 것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옛 포석이다. 실리파 마샤오춘의 면모인데 11이 또한 새털처럼 가볍다.

"독창적인 감각, 일리가 있다"고 양재호9단은 말한다. 지금까지는 흑1의 한칸뜀이 정석이었고 백은 2,4로 씌워가는 바둑이었는데 두칸을 뛰자 흑은 모자를 씌울 수 없다.

엷은 듯 가벼운 馬9단의 기풍이 이 한수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15로 바로 삼삼에 들어간 수도 소금처럼 짠 수이고 23으로 협공한 것도 일관된 실리 취향이다. 초반은 馬9단의 개성적인 수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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