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동씨가 '수지김' 사건 조작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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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지검 외사부(부장검사 朴永烈)는 1987년 홍콩에서 발생한 수지 金 피살사건이 당시 안기부장이던 장세동(張世東)씨에 의해 간첩사건으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19일 발표했다.

검찰은 또 지난해 경찰의 사건 수사 중단은 당시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과 국정원 김승일 대공수사국장의 공모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혀내고 두 사람을 이날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안기부가 싱가포르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수지 金의 남편 윤태식씨의 신병을 확보, 자진월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도 북한공작원 수지 金에 의한 납치미수 사건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張전안기부장은 이 과정에서 사건의 진상을 보고받고도 대북 공세를 위해 간첩사건으로 조작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지난해 경찰이 이 사건 수사에 들어가자 金전국장이 李전청장을 찾아가 '남편 尹씨가 부인을 목졸라 살해한 사건이지만 국정원이 감추고 있으니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수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은 87년 4월 尹씨를 풀어준 뒤 범행 실토를 막기 위해 그의 동향을 감시했으며, 91년부터 최근까지 尹씨를 출국금지시키는 등 조직적으로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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