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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부시 ‘악의 축’ 발언 이후 가장 세게 북한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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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군 사령관들에게 북한의 재도발에 대비하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례적으로 24일(현지시간) 새벽에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천안함 사태를 얼마나 긴박하게 보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번 백악관 성명은 중국·북한과 한국을 향한 분명한 세 갈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먼저 중국엔 북한 제재에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북한을 향해서는 섣불리 군사적 도발을 시도했다가는 단호한 응징을 받을 거란 신호를 보냈다. 또 한국에는 전통적 혈맹으로서 군사적 충돌을 포함, 어떠한 비상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든든한 버팀목으로 지켜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간 북한의 1·2차 핵 실험 때에도 미군 사령관에게 군사적 대비를 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었다는 점으로 보자면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 등을 ‘악의 축’으로 지칭한 이래 실질적으로 가장 강도 높은 발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어쨌든 백악관이 이처럼 강도 높은 성명을 낸 데에는 다양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이를 지렛대로 입장이 궁색해진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거다.

힐러리 클린턴(왼쪽) 미 국무장관이 24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제2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참석해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 AFP=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4일 베이징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참석해 강온 전략 동시에 구사했다. 개막식 땐 “천안함 침몰에 대해 북한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미·중 양국은 대북 제재에 반드시 공조해야 한다(must work together)”고 압박했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 뒤에도 계속 북한을 감쌀 경우 중국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질 것이란 점을 의식한 것이 분명하다.

반면 수행 기자들과의 브리핑 시간 땐 “중국과 매우 좋은 대화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전날 밤 만찬 때 소수 인사들과 2시간30분 동안 (천안함 사태를 포함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날도 같은 시간 동안 긴밀한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선 중국과의 대화가 필요함을 거듭 강조한 대목이다.

더불어 북한에 대해선 도발 행위엔 대가가 따른다는 강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미 정부의 입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 발생 후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한 다자적, 양자적, 일방적 제재 등 전방위 제재 카드를 다듬어 왔다. 클린턴 장관은 “미 국무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만한 증거가 있는지 북한의 행동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며 “만일 증거가 부합한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북 제재 과정에서 한국과 다른 메시지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고 있다. 대북 제재의 강온과 속도에서 엇박자가 날 경우 북한엔 불필요한 메시지를 주고 유엔 안보리 회부 등 다자적 대응엔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한국 정부의 이니셔티브”를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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