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세계 톱이 아니라 세계 온리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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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 기술이 아니라 세계 유일 기술이 목표다.”

황창규 지식경제부 국가연구개발 전략기획단장은 24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5대 연구개발 부문별 비전과 발전방향을 발표했다. [블룸버그]

앞으로 지식경제분야 연구개발(R&D)을 이끌 투자관리자(MD)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황창규 국가 CTO(전략기획단장)가 밝힌 포부다. 지금까지 선진국 기술을 열심히 따라가는 자세는 버리겠다고도 했다. 기술을 선도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로 세계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산업 흐름이 크게 바뀌는 변곡점, 전환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국가 R&D 사업은 여러모로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먼저 다양성의 추구보다 선택과 집중이 기본 정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국가 R&D는 대부분 상향식이었다. 다양한 산업분야마에서 저마다 꼭 필요한 기술이 있다며 제안하면 위에선 어지간하면 다 받아줬다. 다품종 소량 지원이었다. 황 단장은 “앞으로는 철저하게 하향식으로 끌고간다”고 선언했다. 잡다한 기술을 다 지원하지 않고 세계 1등이 될 수 있는 것만 선별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집중 공략의 대상은 투자관리자(MD)가 임명된 분야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보다 구체화되겠지만 에너지·소재·IT·자동차·바이오가 중심역할을 하고, 나머지 분야를 이끌어갈 전망이다.

황 단장은 또 ‘시작부터의 융합’을 강조했다. 지금도 산업 각 분야에서 활발한 R&D가 이뤄지고 있고, 각 분야마다 융합과 통섭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눈에 띌 만한 성과가 없었던 이유는 항상 자기 분야를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황 단장은 “처음부터 토털 솔루션을 염두에 두겠다”고 밝혔다. 먼저 시장이 원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결과물 개발을 목표로 하고 거기에 필요한 기술이 뭔지를 찾겠다는 얘기다.

전략기획단은 이런 권한을 모두 넘겨받았다. 앞으로 국가 R&D 사업은 모두 국가 CTO와 MD가 모여 방향을 결정한다. MD가 부족한 분야를 보충하기 위해 10명의 비상임 위원과 5명의 고문도 임명했다. 연말까지는 해외 고문단도 만든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먼저 개별 기업들의 기술개발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있느냐다. 기획단의 전략은 온통 미래 신시장을 만들수 있는 기술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당장 세계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미 시장에 있는 기술을 계속 가다듬어야 한다. 30년 넘게 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한 R&D 체계가 쉽게 바뀌기 어려운 이유다.

돈도 문제다. 지식경제 분야 R&D 예산 4조4000억원 가운데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빼고 나면 기획단이 주무를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기획단이 구상하는 세계 유일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려면 기존에 지원되는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반발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황 단장은 “지금 무 자르듯 결정할 수는 없고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투자관리자(Managing Director)=지식경제부 국가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에 상근하며, 주요 산업 분야별 R&D 과제를 선정하는 것은 물론 과제에 대한 평가·조정·사업화를 책임지고 관리하게 된다. 상근 MD는 200여 명의 후보 중에서 각종 평가를 통해 5개 분야에서 5명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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