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집 없는 겨울'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국내 시민운동의 리더격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집 없는 겨울'을 맞이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입주한 서울 중구 정동의 사무실을 오는 20일까지 비워달라는 건물주의 최후통첩을 얼마 전 받은 것이다. 1998년 종로5가의 비싼 사무실에서 쩔쩔매던 경실련에 자기 건물의 5층 1백10여평(보증금 4천만원.임대료 월 5백만원선)을 공짜로 빌려줬던 건물주의 사정 때문이다.

이 사무실에서 임대료 걱정 없이 외환위기 관련자 청문회 촉구(98년).총선 출마자 정보공개운동(2000년) 등의 활동을 펴온 경실련으로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지난 3월 개인사정을 이유로 철거를 요구한 건물주에게 이석연(李石淵) 전 사무총장이 수차 부탁해 여태껏 버텨왔지만 새 입주자와의 계약 때문에 이제는 더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것.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실련은 이번 달부터 이주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신철영(申澈永)사무총장 명의로 건물주에게 "내년 3월까지만 기다려달라"는 호소장을 발송해 놓고 그동안 새 사무실을 얻을 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40여명의 상근자들이 내년 1,2월치 봉급 1백40여만원씩을 반납하고 오는 27일에는 일일호프집 행사를, 내년 1~3월에는 농산물 바자 등의 행사를 열기로 했다.

김용환(金龍煥)기획실장은 "척박한 시민운동 환경을 절감하고 있는 중"이라며 시민들의 도움을 청했다. 02-756-1400.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