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용 맛술 사재기 소동…대만주부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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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중국과 더불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대만이 요즘 이상한 일로 WTO 가입 의식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요리용 맛술로 쓰이는 미주(米酒)를 사지 못해 아우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맛술과 WTO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기에 이 야단일까. WTO 가입으로 이 제품의 가격은 내년부터 지금(20대만달러)보다 5.5배나 높은 1백10대만달러(약 4천4백원)로 치솟게 된다.

WTO 협정에 따라 술에 이만큼의 세금을 매겨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대만은 WTO 협상과정에서 미주가 술이 아닌 조미료라고 설명했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주세가 붙게 됐다.

그 결과 요즘 상인들 간에는 미주 사재기 열풍이 극성이다.

내년에 값이 오른 뒤 팔기 위해 창고에 쌓아둔 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슈퍼마켓에는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미주는 사실 알콜도수가 20도지만 술로 마시기보다는 생선과 야채를 조리하거나 국을 끓이는 데 사용되고 있다. 온갖 요리에 양념처럼 들어간다. 지난해 소비량은 2억7천만병(6백cc 기준)에 달했다.

대만인 1인당 한달에 한병을 소비한 셈이다.

이 가운데 술로 사용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다는 게 대만 정부의 해명이다.

어쨌든 미주를 구하지 못해 국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대만 정부는 이달 한달간 배급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3명 이하의 가족에는 3병 이하, 그 이상이면 6병까지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만 정부는 이와 함께 소금이 들어간 맛술의 경우 주세가 붙지 않는다며 미주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소금이 들어간 맛술로는 음식 맛을 제대로 낼 수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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