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 타임워너 CEO 은퇴에 재기 노리는 테드 터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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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AOL과 타임워너가 합병한 후 '종이 호랑이'신세가 됐던 테드 터너(63)가 재기를 노리고 있다.

CNN 방송을 설립한 그는 그동안 AOL 타임워너의 부회장을 맡아왔으나 목소리는 작았다. 앙숙으로 통하던 제럴드 레빈 최고경영자(CEO)에게 눌려지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빈이 곧 은퇴키로 발표함에 따라 다시 기를 펴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새 CEO가 될 리처드 파슨스가 터너에게 화해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파슨스는 이미 그에게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부회장직을 계속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일부 회사 관계자들은 터너도 이번에 회사를 떠날 것으로 내다봤었다.

터너는 1995년 CNN을 포함한 터너브로드캐스팅을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에 팔았다. 이후 타임워너가 AOL과 합병해 사세를 키워가자 터너도 덕을 봤다. 합병회사의 지분 4%를 가진 주요 주주로 재산은 90억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터너는 회사 경영에서는 완전히 배제돼 불만이 많았다.레빈은 터너를 두고 "큰 그림을 그리는데 그의 역량이 발휘될 것"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매주 월요일 경영진 오찬회에는 한번도 초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레빈의 후광으로 CEO에 내정된 파슨스가 화합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슨스가 터너를 대접하게 된 배경에는 파슨스의 라이벌이자 MTV를 만든 로버트 피트먼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터너 측근들은 터너가 앞으로 회사가 경영전략을 짤 때 비중있는 역할을 맡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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