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마을 한옥보존 '따로 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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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종로구 가회.삼청동 일대 북촌마을의 전통한옥 보존 사업이 서울시와 종로구의 '엇박자 행정'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17일 부구청장들이 참석한 간부회의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한옥마을 가꾸기 사업을 펴고 있으나 종로구가 무분별하게 건축허가를 내줘 시책의 일관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며 구청측의 적극적인 동참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시는 이미 도시개발공사 등이 한옥 8채를 매입해 해체.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가회동 11 일대에 종로구가 지난달 말 지상 4층짜리 다세대 주택 신축 허가를 내줬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북촌 한옥들은 오래 전에 건축돼 기둥을 들어내는 대규모 보수가 필수적이지만 대지가 좁아 현행 규정을 지키면 한옥의 재현이 불가능하다"며 "처마선이 도로로 나올 수 밖에 없는데도 종로구가 민원을 이유로 공사중지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시는 한옥밀집 지역에 다세대 주택을 허가할 때는 시 도시환경개선단과 미리 협의하고 기존 형태대로 개.보수할 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도로 침해 등을 양해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종로구 관계자는 "한옥을 헐고 개발해야 한다는 주민들이 많고 한옥 복원공사가 현행법을 지키고 있는지를 문제삼는 집단 민원도 들어온다"며 "한옥보존 취지에는 공감하나 확실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구청이 민원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세대 주택 신축허가가 난 곳은 양옥 건물과 접해 있는 점이 고려됐으나 현재 시가 매입 의사를 밝혀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는 한옥 보존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종로구를 위해서도 부가가치가 높다며 구청측이 한옥마을의 성공적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복궁.창덕궁.삼청공원 등으로 둘러싸인 북촌의 한옥마을은 옛 양반들의 주거지였으며 1985년 1천5백여채였던 것이 점점 줄어 현재 8백채만 남아 있다.

서울시는 주민이 한옥을 등록하면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는 등 북촌 가꾸기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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