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챌린지골프] 결론은 우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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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상대방이 허점을 보이자 어슬렁거리던 타이거의 눈동자가 돌연 빛났다. 특유의 몰아치기로 숨통을 조이는 모습은 변함없었다.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우승 트로피 위에 올라앉은 호랑이의 주인이 타이거 우즈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타이거 우즈가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 오크스의 셔우드 골프장(파71.6천2백39m)에서 끝난 윌리엄스 월드챌린지 골프대회에서 합계 15언더파 2백73타로 역전 우승했다.

3라운드까지 4타차 단독선두를 달렸던 비제이 싱(피지)은 이날 4라운드에서 8언더파(버디 10개.보기 2개)를 몰아친 우즈의 기세에 눌려 3타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우즈가 기록한 8언더파는 전날 토마스 비욘(덴마크)이 세웠던 코스 레코드와 타이 기록이다.

"전날까지 4타나 뒤졌기 때문에 싱에게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었다."

스스로 밝힌 대로 우즈는 4라운드 초반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8번홀까지 3타를 줄였다. 이에 맞선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 싱도 백전노장답게 같은 홀까지 버디 3개를 추가하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9번홀(파4)에서 싱의 어설픈 플레이 하나가 역전의 빌미가 될 줄이야.

티샷을 러프 속에 빠뜨린 뒤 벌타를 먹은 우즈는 어프로치 샷마저 홀을 지나 14m 거리에 멈춰서 더블보기의 위기에 몰렸다. 이에 비해 싱은 1.5m 파퍼트를 남겨놓아 타수 차를 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우즈는 이 위기에서 극적으로 보기 퍼트를 성공시킨 반면 싱은 짧은 파퍼트를 놓치고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싱의 얼굴이 한순간 일그러지는 것을 확인한 우즈는 10번홀부터 5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특유의 몰아치기로 상대방의 기를 꺾은 뒤 18번홀(파4)에서 5.5m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대회 호스트로 출전한 우즈는 우승상금 1백만달러를 타이거 우즈 재단에 내놨다. 준우승 상금은 50만달러.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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