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선주조 '시원'…위기서 부산 대표기업 정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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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부산의 대선주조는 1930년 설립됐다. 올해 68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그 생존은 전적으로 정부의 지방주 보호정책 덕분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자도주 50% 판매를 의무화해 수도권 제품의 지방시장 잠식을 막아줬다. 이 제도가 시행될 때도 대선주조의 부산 시장 점유율은 53% 정도에 머물렀다.

한 때 '선'을 내놓아 60%대로 뛰어 오르기도 했으나 역시 진로의 장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92년 자도주 구입제도가 폐지되자 대선은 위기를 맞는다. 지역 시장점유율마저 눈에 띄게 줄었다.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품질향상 밖에 없다고 1994년 회사측은 결론을 내렸다.

먼저 시장조사부터 시작했다. 현실을 파악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알아야 새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부드럽게 마실 수 있고 마시고 난 뒤 깨끗해야 한다. 순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소주의 맛은 유지해야 한다. 제품에 대한 컨셉은 이렇게 세워졌다.

천연 벌꿀의 상큼함, 올리고당, 한국인이 좋아하는 속 풀이용 콩나물국, 그 속에 있는 아스파라긴산을 활용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직원들이 먼저 테스트에 참여했다. 이어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했다.

브랜드를 결정하기 위해 5백 여 가지의 이름을 놓고 고심했다. 그래서 나온 제품이 '시원'이다. 'C-1'과도 이름이 비슷했고 'Clean no.1'이라는 의미도 담았다. 1996년 6월 시원은 출시됐다. 도수는 23도로 내렸다.

시원은 출시되자마자 인기였다. 보름에 1백만 본, 3개월에 접어들자 월 3백만 본 가까이 팔렸다. 시장점유율도 계속 늘어나 올해는 90%까지 차지하고 있다.

1997년 IMF로 부도나 1998년부터 화의 상태나 부산시민의 애향심과 제품력을 바탕으로 부산 대표 기업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벼랑 끝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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