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깨끗한 술' 전략 점유율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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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금복주는 대구.경북 지역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술이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의 진로가 발을 못 붙이는 지역 중 하나였다. 그 시절 금복주에서 생산하는 소주의 대구.경북 지역 마켓셰어는 89~99%였다.

90년대 들어 상황은 크게 바뀐다. 92년 자도주 제도가 없어지자 진로가 시장을 대번에 파고들었다. 품질도 수도권 술에 비해 열세였다. 그래서 이 지역 시장점유율은 55%까지 떨어졌다. 이대형 홍보부장은 "이 같은 수치는 공식적인 것이고 실제 시장점유율은 이 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뭔가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사원들에 엄습해 왔다.

소비자는 속일 수 없었다. 서울 제품을 능가하는 품질 좋은 새 제품을 내지 않으면 안됐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참'소주다.1997년 2월 출시됐다. 참은 부드러운 술을 지향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도수를 23도로 낮췄다. 숙취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아스파라긴을 첨가했다.

소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물이다. 그래서 대구시민 30% 정도가 마시고 있는 가창골 대림생수를 원수로 사용했다. 제조과정도 바꿔 분자여과 공법을 도입했다.

사운을 걸고 마케팅에도 나섰다. 대구.경북 주민들에 참을 무료로 나눠주었다. 재래시장.대학가.시내 중심가 등에서 무조건 배포했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아스파라긴을 콩나물에서 추출해 첨가했음을 알리기 위해 상표도 노란색을 도입했다. 마신 뒤 다음날도 거뜬히 일어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백라벨에 시계를 도안해 넣었다. '아침이 깨끗하다'라는 컨셉을 마케팅에서 전략적으로 강조했다.

그 결과 대구.경북지역에서 참소주의 시장점유율은 다시 95%로 올랐다.자도주 폐지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 다시 일어선 것이다. 참소주는 전국 시장 점유율도 2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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