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국 불황 타개 위해 생존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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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합치고, 줄이고, 자른다.'

세계 철강업계가 불황 타개를 위해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잇따른 합병.제휴로 내년 이후 세계 철강산업은 유럽의 아르세로, 미국의 US스틸 연합, 일본의 신일철 연합 및 NKK.가와사키 통합, 한국의 포항제철 등 5강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17~18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다자간 철강회담을 열고 나라별 '비효율 과잉설비' 폐쇄를 논의하는데 최소 10% 이상 감축 결정을 할 전망이다.

◇ 짝짓기 열풍=일본의 1위 철강사인 신일철은 4위 스미토모금속, 5위 고베제강과 제휴를 했거나 추진 중이다. 2,3위인 NKK와 가와사키는 내년 10월 통합 예정이다.

5개 대형업체가 할거해온 일본은 이에 따라 신일철 연합과 NKK-가와사키의 양강 체제로 재편된다.

미국에서도 1위인 US스틸을 중심으로 6개사가 통합을 논의 중이다.

유지노 등 유럽 3사는 '아르세로'란 이름으로 합병한다.

내년 2월 출범할 아르세로는 연산 4천5백만t 규모로 단숨에 세계 1위로 뛰어오른다.

◇ 감산 도미노=OECD는 전세계 철강설비가 10억6천8백만t에 이르지만 올해 수요는 8억1천9백만t에 그쳐 2억t 이상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면서 다자간 감산협정 체결을 촉구해 왔다.

미국은 이번 파리 회의에서 자국 생산량을 15~20% 감축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전세계적으로 10%(1억t) 이상 감축하자는 제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현재 1억4천5백만t인 조강생산 능력을 향후 3~4년 내 2천8백만t 줄이기로 하고 39개의 용광로 중 14개를 폐기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감산 논의에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1998년 이후 이미 전체 조강설비의 10%(4백30만t)를 폐쇄했으며, 앞으로도 5백40만t을 더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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