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값 결산해보니…저금리 끌고 재건축 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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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8면

올해 주택시장은 재건축과 임대사업활황에 따른 소형아파트값 상승과 전셋값 고공행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값(1월 5일 대비 12월 7일 시세 기준)은 서울 13.3%, 수도권(서울.신도시 제외) 12.4%, 신도시 9.2% 올랐다. 지난해 -1~3%대의 한자릿수 변동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크게 오른 것이다.

아파트 전셋값은 신도시가 연초 대비 27.3%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고 수도권 22.2%, 서울 21% 순이었다. 신도시 상승률은 지난해(8.9%)의 3배다.

◇ 매매는 재건축.소형이 주도=아파트 매매값은 3월까지 0.3~0.4%대의 보합세에 머물다가 4월 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해 6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비수기인 8월에도 2%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8월 상승률로는 역대 최고다.

저금리로 여윳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아파트 값이 춤췄고 이에 영향을 받아 새 아파트 분양시장도 과열양상을 빚었다.

또 외환위기 이후 주택공급 부족의 영향이 본격화한 데다 업체들이 대형 평형을 많이 짓는 바람에 소형아파트가 모자라 소형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서울.수도권은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서울은 반포, 청담.도곡 등 5개 저밀도지구 아파트가 많이 오른 것에 힘입어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이 무려 21.78%로 일반아파트(10.54%)의 두 배가 넘었다.

재건축 대상이 몰려 있는 강남.강동.서초.송파구의 오름폭이 서울 평균보다 3~7% 포인트 높은 것도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이와 함께 올 주택시장의 또 다른 화두는 민간임대사업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권 실질이자율이 연 5% 미만으로 추락하자 연 12~15% 이상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임대사업쪽으로 손을 뻗친 것이다.

이처럼 재건축과 임대사업이 활기를 띠며 20평형 이하 소형아파트 값이 다른 평형에 비해 많이 올랐다. 서울은 연초보다 29.1%, 신도시 21.78%, 수도권 20.39% 상승했다.

특별한 호재가 없던 신도시는 다른 지역보다 낮은 평균 9.2% 오르는 데 그쳤다. 분당.일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평촌.산본.중동엔 서울의 비싼 매매값을 피해 이사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며 10~11%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방 아파트값 강세도 눈에 띈다. 인천은 3월말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된 덕에 연초보다 19% 올랐다. 공항내 숙박시설이 부족하면서 인근 인천 계양.남동.부평구 일대 기존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탄 때문이다.

◇ 전세시장도 고공행진=계절과 지역에 관계없이 전세난이 계속됐다. 가장 큰 원인은 외환위기 이후 지난 2~3년간 중소형 아파트 공급량이 부족했던 탓이다.

1998년부터 연간 주택공급 물량은 50만가구에서 30만~40만가구로 줄었다. 특히 지난 98년 소형의무비율이 폐지되자 주택업체들이 40평형 이상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바람에 20~30평형대의 공급 부족이 심화됐다.

이때 지은 아파트가 입주하는 지난해 말부터 수급 불균형이 나타났다. 여기에다 저금리 기조가 오래 가자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월세로 바꾸는 바람에 월세는 남아돌고 전세는 모자라고 있다.

서울은 주로 강서.금천.노원.도봉.동작.성북.중랑구 등 임대사업자가 많은 소형 평형 밀집지역이 연초보다 20% 이상 올랐다.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웠던 양천구(29.9%)와 강남구(22.8%) 등도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일산(32.3%).평촌(28.5%).중동(27.1%).산본(26.1%).분당(24.8%)은 여름 비수기 전셋값 상승세를 주도했다. 서울의 비싼 전셋값을 피해 신도시와 수도권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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