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자녀 둔 부모모임 '참사랑회' 잔치 준비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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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어린이 암 환자처럼 부모의 마음을 울리는 경우도 없다.

머리카락이 다 빠진 자녀가 가까스로 먹은 음식을 죄다 토해내는 고통을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좌절하지 않는다. 엄마는 환자 수발을 위해 병실에서 밤낮을 함께 지새운다. 아빠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야간 부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1998년 2월 삼성서울병원에서 결성된 참사랑회는 어린이 암 환자를 둔 부모들의 자조 모임이다.

1백8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참사랑회는 오는 21일 열리는 완치 잔치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 치료를 끝내고 완치 판정을 받은 어린이 암 환자 95명이 초대된다.

축하 메달 증정과 함께 사물 놀이와 가족극 등 놀이마당이 연출된다.

이들의 인간 승리는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부모들이 가장 처음 겪는 고통은 극심한 죄책감이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이 갑자기 요통을 호소했습니다. 원시 신경 외배엽성 종양이란 희귀 질환이었습니다. 부모를 잘못 만나 몹쓸 병을 얻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지요."

참사랑회 양혜옥(42) 회장은 죄책감의 극복부터 강조했다. 어린이 암은 극히 일부 암을 제외하곤 유전적으로 대물림되지 않으므로 부모의 잘못이 아니란 것이다. 어린이 암은 아직도 원인 불명이며 약물, 방사선 검사나 고압선 등 환경과도 대부분 무관하다는 것.

'암=죽는 병'이란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양씨의 딸은 조혈모세포 이식 등 치료 후 3년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재발되지 않은 완치 상태다.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미라(42)씨는 초등 3학년 딸에게 백혈병이 생겼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의학적으로도 암에 관한 한 어린이는 어른보다 강하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구홍회 교수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흔한 암인 백혈병은 70%정도 완치가 가능하며 윌름씨병.악성 림프종 등 대부분의 어린이 암이 어른보다 치료 결과가 좋다"고 말했다.

항암제도 어린이가 훨씬 잘 견딘다.구토를 하다가도 이내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깔깔 대며 웃는 순진무구함 덕분이란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이다. 임원 이경숙(35)씨는 "백혈병 어린이가 주변의 세균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가면 급우들이 가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옮긴다고 오해하는 것.

동네에서 암환자란 소릴 듣는 것이 싫어 완치 후 이사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의 혜택 확대도 이들에겐 절실한 문제다. 양씨의 경우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았음에도 5천만원 가까이 치료비가 들었다.

암 재발 등 건보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 1억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건강보험의 재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십시일반의 자세가 아쉽다고 했다.

의약 분업도 이들에겐 골칫거리다.주사제와 달리 먹는 항암제는 일일이 약국에 들러야하기 때문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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