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옥차관 사표반응] 진게이트 한파 꽁꽁언 여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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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권은 청와대.민주당 할 것 없이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불안과 곤혹이 겹쳐 공개적인 반응을 자제하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진승현(陳承鉉)게이트'가 전임 민정수석인 신광옥(辛光玉)법무부 차관의 사표로 이어지자 굳게 입을 닫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陳씨 사건과 辛전수석의 관련 여부에 대해 김학재(金鶴在)민정수석에게서 직접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는 일절 새어나오지 않고 있다.

辛전수석의 연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권의 도덕성이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이런 유의 '게이트'사건이 터질 때마다 "소문만 무성하지 실세들의 비리가 밝혀진 적은 없지 않으냐"고 세간의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고 하소연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서 辛전수석의 결백이 입증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속전속결로 정권 차원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만일 공직자 사정 등을 대통령께 보고했던 辛전수석이 陳씨에게서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 청와대 수석들 모두 할 말이 없게 된다"고 걱정했다.

정치권에서는 "진승현 게이트를 잘못 처리하면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 말기에 터져나온 한보사건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민주당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른바 '진승현 리스트'의 실체가 점점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광옥(韓光玉)대표는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陳씨 사건에 대한 성역없는 신속한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그렇지만 당내에서는 陳씨 사건을 계속 파고들다 보면 결국 여권 인사들이 다치게 되고,당 개혁에 관한 추진력도 현저히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웬만하면 외출을 자제하고,외출을 하더라도 몸가짐을 잘하고,빙판길을 조심하라는 게 오늘의 일기예보"라면서 "陳씨 사건과 관련한 보도를 보면서 공직자들의 처신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고 여권의 처지를 풍자했다.

여권에서는 또 "깜짝 놀랄 만한 거물이 연루돼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여권 관계자는 "신광옥 전 차관과 陳씨의 브로커 역할을 한 최택곤씨를 모두 잘 아는 제3의 인물이 두 사람을 연결해 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교동계 관계자는 의혹의 시선이 따가운 것을 의식,"걸핏하면 우리가 문제냐"면서 "최택곤씨는 권노갑(權魯甲)전 고문이 쫓아내다시피 한 인물이며 진승현 리스트가 나와도 동교동계는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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